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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구글 제소, 애플의 삼성 제소. 서로 다르지만 연결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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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다음이 얼마전 구글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그리고 어제(19일)는 애플이 삼성을 특허 침해로 미국 특허 법원에 제소했죠. 회사 이름이 겹치질 않으니 별개의 건 같습니다. 하지만 두 개의 별개 사건 가운데에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한국에서 검색엔진 선택의 자유로움을 봉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동통신사에게는 요금합산제도(carrier billing)를 통해 안드로이드 마켓 이용시 사용해야 하는 결제 대금을 구글 대신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주면서 대신 구글 검색을 사용하도록 종용했다는 것이죠. 또 제조업체에게도 구글 호환성 검사를 고의로 지연시키면서 구글 검색을 쓰도록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고 합니다. "증거가 있다"고는 하는데, 글쎄요. 증거는 e메일이라고 합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요?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베꼈다고 지적합니다. '상표'를 뜻하는 트레이드마크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드드레스는 제품의 고유한 외관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화면의 녹색 검색창 같은 게 트레이드 드레스죠. 과거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지만 인터넷 서비스나 OS, 소프트웨어 등의 UX가 점점 중요한 지적재산으로 여겨지면서 최근 트레이드드레스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둘 사이의 연결고리는 검색 광고입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제조사와 안드로이드폰을 판매하는 통신사에게 '구글 검색으로 인해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일부 나눠줍니다. 안드로이드는 그 자체로 무료입니다. 그런데 무료인 안드로이드를 쓰면서 사용자들이 구글 검색을 이용할 경우 구글로부터 돈까지 받게 되는 셈이니 제조사와 통신사는 구글 검색을 쓸 이유가 충분합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자가 이용할 때 클릭하는 광고의 광고 수익을 통신사, 제조사와 나눈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앱 내 광고 수익은 개발자에게 100% 돌아가도록 하며, 구글 검색을 통해 생기는 모바일 검색 광고 수익만 제조사 및 통신사와 나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제조사는 구글 검색을 기본값(default)으로 사용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죠. 네이버와 다음은 아직 이런 식의 모바일 검색광고 수익 배분 방식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는 부당한 독점이라고 보기 어렵죠.

문제는 이런 모델이 애플 같은 회사에게 위협이 된다는 겁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쓸 수록 돈을 버는' 안드로이드 방식을 즐겁게 사용하면 할수록 아이폰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들게 됩니다. 애플은 자신들이 제조사이니 굳이 다른 제조사를 신경쓸 이유는 없지만, 통신사들이 구글식 모델에 더 만족하게 되는 건 즐거운 상황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같은 매체는 그래서 이 제소 건을 "애플이 무료인 안드로이드 OS에게 가격을 매기려는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안드로이드를 쓰면 애플에게 제소를 당한다는 걸 보여주면 제조사들이 굳이 안드로이드폰에 올인할 이유가 없으리라는 생각인 거죠. 애플의 첫 특허 제소가 구글의 첫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원'을 만든 대만의 htc를 향한 것이었고, 두번째 특허 제소가 두번째 레퍼런스폰인 '넥서스S'를 만든 삼성전자를 향했다는 건 그래서 우연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특허 제소는 두 회사만으로 끝나지도 않을 겁니다. 베스트셀러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있다면 그들이 바로 다음 타깃이 되겠죠.

그래서 별개의 두 제소 건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하나로 합쳐집니다. 구글의 '돈을 줘가며 제품을 파는' 독특한 마케팅이 시장을 뒤흔들었기 때문이죠. 국내업체들은 LG전자가 옵티머스Q에 네이버 검색을 넣었다가 이후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이를 뺀 것이 이때 호환성 검사 지연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사실 당시에는 LG전자가 안드로이드폰 제조 경험이 없어서 이것저것 잡다한 기능을 집어넣는다거나,(디폴트로 설치된 앱이 100종에 가까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개발된지 한참 지난 퀄컴칩을 손에 들고도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를 포팅하지 못해 절절매고 있던 때입니다. 호환성 검사 문제로 돌리기엔 LG전자도 준비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니 요금합산제도나 호환성 검사보다 강력한 무기는 광고 수익배분이지 않았을까요. 구글은 이런 계약이 안드로이드폰에만 제한된 게 아니라고 합니다. 구글 검색이 디폴트로 정해져 있다면 아이폰이나 윈도폰7에서도 충분히 같은 조건의 수익배분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애플로서는 아이폰에서 구글 검색을 디폴트로 놓아두고 구글로부터 돈을 받는 걸 즐길 수도 있지만, 구글이 아이폰 사업 자체를 뒤흔드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