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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이 존중받아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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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은 창업 10년 만에 한국 최대의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벤처기업'이 된 기업입니다. 존경받아 마땅한데도 최근 들어 '네이버'란 이름에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더 많이 붙습니다. 검색시장의 ‘독점기업’이라거나 ‘사행성 게임으로 돈을 버는 회사’ 등등 안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많습니다. 저도 이 블로그에서 몇 가지 지적한 적이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NHN의 진짜 장점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한국 인터넷 기업들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뜨는' 미국 인터넷기업의 트렌드를 참고하고 배우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그대로 베껴다 한국 시장에 내놓는다는 겁니다. 제대로 소화시키지 않은 모방이 성공할리 없는데, '한국적 환경'만 탓하는 경우를 수없이 봤습니다. 과연 스스로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그것과 해외 서비스가 만나면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 보는게 아니라 핵심역량은 그대로 두고 '실험'이라며 시너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뚱딴지같은 서비스를 차려놓고 소비자 탓을 하는 경우도 많았죠. NHN이 존중받을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NHN이 내놓는 서비스들을 가리켜 'NHN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라며 비판하지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국 사용자를 위한 것인지 미국 사용자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부 기업들보다는 NHN이 훨씬 더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얼마 전 NHN 김상헌 대표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신문에는 이런 식으로 실렸는데, 신문에서는 이 정도면 매우 중요하게 크게 다룬 기사입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겨우 200자 원고지 10장 조금 넘는 분량이라 긴 시간 동안 나눈 다양한 대화를 담기에는 부족함이 많죠. 이런 아쉬움을 이 블로그에서 마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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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에게 광고란>

- 최근 광고 플랫폼을 100% 자체 제작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며 오버추어와 결별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 광고에 대한 생각을 일단 정리해봤으면 합니다. 광고란 개념은 하나로 묶어보면 안 되는 것이 검색광고란 것은 과거의 미디어가 차지하지 못했던 광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 광고는 광고보다는 정보의 영역에 가깝죠. 사람들이 찾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인 셈입니다. 광고의 카테고리에 들어가긴 하지만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는 '다른 형태의 정보'에 더 가깝습니다. 광고주가 돈을 내니까 광고는 광고지만, 검색광고 자체가 정확한 정보를 주기 때문에 돈을 받을만하게 된 일종의 정보 서비스인 것이죠. 게다가 과거의 광고시장이란 대형광고주로만 구성됐던 시장입니다. 이 시장이 동네 가게도 광고를 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수익모델만 생각하기보다는 보다 좋은 정보를 이용자에게 주고, 광고주에겐 이런 이용자의 만족이 매출로 이어지게 해 만족을 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갖고 이걸 연구하고 스스로 발전시켜갈 필요가 있습니다.

= 검색광고 외에는 큰 기업이 하는 브랜드 광고가 있습니다. 이건 우리 입장에서는 디스플레이 광고에 해당하죠. 미디어적 속성에서 보면 기존의 TV 같은 매체가 브랜드 광고에서 훨씬 강합니다. 매체파워 덕분이죠. 그런데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 등을 사용하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어요. 브랜드 광고란 브랜드에 대한 기호와 관점, 인상을 형성시키는 것인데 쿨한 광고를 여러번 반복적으로 접해야 형성됩니다. 여기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른바 피어프레셔(peer pressure)죠. 친구가 아이폰을 사면 나도 사고 싶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소셜네트워크가 일종의 peer endorsement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예전엔 “어제 TV에 나온거 봤냐?”라고 서로 얘기했지만 이젠 그게 아니라 SNS가 그 역할을 해줍니다. 이 광고시장의 규모는 어찌 보면 검색광고보다 훨씬 큽니다. 적어도 10배 가깝다고 보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소셜네트워크 광고로 브랜드 광고를 우리가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최근 보면 펩시콜라가 슈퍼볼 TV 광고를 그만두고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TV에서 하던 광고였는데 SNS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죠.

- 오버추어와의 결별은 의미 있어 보였습니다. 본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거든요.

= 맞습니다. 지금이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서비스에서 광고를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인가 하는 걸 우리가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던 거죠. 이용자가 ‘왜 광고가 이렇게 많나’라고 생각한다면 그걸 우리가 바로바로 빠르게 파악해 빠르게 광고를 보여주는 모양을 바꿔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못했습니다. 광고주를 만족시키는 방법도 제대로 찾고 싶었어요. 우리 솔루션은 그런 방법을 찾도록 개발됩니다. 그렇다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투자가 들어가는 건 아니다. 지금 해볼만한 시점이라고 봤어요.

- 검색광고 시장은 좀 멈칫거리는 느낌입니다. SNS 등이 그 광고 시장을 가져가고 있는 게 아닌가요.

= 검색광고 성장은 전보다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견조하게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개인화나 콘텐츠매칭 등의 측면에서 소셜네트워크 부문과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도 기회입니다. 그리고 NBP(NHN 비즈니스플랫폼) 분사도 그런 것인데, 소셜네트워크, 검색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광고를 본격적으로 개발하려는 것이죠. 이런 기술은 우리가 선행적으로 연구해서 우리 내부에 갖고 있어야만 하는 역량입니다.

- 그렇다면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차별화되는 NHN만의 광고 기술이란 게 있나요?

= SNS는 우리가 후발주자이고 아직 연구 초기단계입니다. 지금은 이용자 규모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한 시기죠. 그래서 SNS 광고 모델은 일단 이용자를 모으고 그 다음에 이들의 사용모습을 지켜본 뒤 검토할 과제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디스플레이 광고는 더 개인화되고 타깃을 노린 광고가 되겠죠. 이미 지역과 나이 등을 반영한 광고는 하고 있습니다. 좀 더 개인적으로 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약혼 사실을 올리면 허니문, 반지 광고가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 식으로 타게팅된 광고를 내놓을 것이지만 지금 디스플레이 광고에는 아쉬운 점이 있흡니다. 좀 더 인터랙티브한 광고가 나올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애플의 iAd의 경우가 그런 것일 수 있겠죠. 참여형 광고(engaged ad.), 그러니까 광고 속 캠페인에 연결되고 참여하게 되는 광고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당장 급한 건 그런 앞날보다는 서비스 이용자를 일단 늘리는 것 아니겠어요.

<기술서적 출판과 지적재산 관리>

- 기술서적의 의미가 있어보입니다. 외부에 대가없이 노하우를 공개하는 셈인데요.

= 기술의 공개라는 건 ‘개방’이다 ‘폐쇄’다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구글은 개방이고 애플은 폐쇄인가요? 우리가 애플이 앱스토어를 개방해 성공했다고 얘기하는 건 뭔가요? 개방이란 단어는 늘 상대적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기업 입장에선 도움이 되면 개방하고, 아니면 개방하지 않는 것이죠. 특허가 될 것 같고 보호받을 것 같으면 특허를 얻고, 조금 알쏭달쏭하면 이를 그냥 무료로 널리 알려서 우리 생태계에 많은 이들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XE 엔진(국내 개발자가 만든 '제로보드'라는 솔루션을 NHN이 사들여 무료로 공개한 블로그 등의 저작툴)을 공개한 덕분에 이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많은 개발자들이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NHN 입장에서는 우리의 생태계가 넓어져서 좋은 것이죠. 이런 식으로 우리도 좀 더 우리의 자원을 많이 주변에 나눠주고 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전략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핵심 기술과 역량을 100% 공개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NHN의 현 수준에서는 그렇게 내놓을만한 기술이란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걱정하는 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우리를 훨씬 앞서 있는 회사가 나중에 자신들의 특허로 우리를 압박해올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회사가 성장하면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요. 엔씨소프트도 미국에서 특허 소송을 겪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어느 정도 규모만 되고 해외 진출을 한다면 우리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도 특허를 많이 등록하고 있고, 심지어 해외 특허 매입도 하고 있죠. 특허전략까지 따로 가져가는 셈입니다. 특허 경쟁이란 사실 저쪽도 특허가 이렇게 많고, 우리도 이렇게 많을 때 서로를 공격하며 없는 셈치기 위한 것입니다. 무슨 독보적인 기술을 우리만 쓰기 위한 게 아니라, 방어를 위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특허를 많이 갖고 이걸로 독식하겠다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고 특허를 그런 식으로 갖고 있는 기업도 거의 없습니다. 우리도 그런 걸 미리 준비할 뿐입니다.

- 그러면 NHN의 생태계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은 걸 공개하고, 나눠주고, 같은 편을 늘려가겠다는 것인지요? 이런 전략은 사실 구글이 제일 잘 하고 있지 않나요? 구글이 자신들의 지식을 논문 형태로 출판해 구글식 생태계를 많이 만드는데요.

= 우리는 한국에서 성공한 토종 인터넷 기업입니다. 한국의 개발자 사회로부터 굉장히 큰 덕을 입고 발전했어요. 한편으로는 이런 덕을 입은 데 대해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의 특허전략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는 가능한 많이 나누고 싶다. 한국 개발자들이 그 덕을 보고, 그걸 발판으로 더 크게 발전하도록 돕고 싶은 거죠. 그래서 내년에도 두 권 정도 책이 더 나올 예정입니다. 그렇긴해도 구글과 비교한다는 건 사실 좀 무리한 측면이 있어요. 구글도 마이크로소프트를 보면서 저 회사 정말 대단하다, 인재도 많고 혁신이란 게 뭔지 아는 회사, 라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제가 만난 구글러들이 하는 얘기죠. 구글도 그럴진데... 구글과 우리를 비교하면 구글이 우리보다 종합적으로 15배쯤 큽니다. 인력과 시가총액, 자산 규모 등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얘기죠. 그런 구글은 엄청난 양의 지적재산을 공개하고 나누지만 특허도 엄청나게 출원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구글이나 애플이 쏟아내는 특허의 양이란 게 정말 엄청난 수준입니다. 그들이 어떤 특허를 얼마나 출원하는지 우리도 계속 살피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변해나갈 그들의 방향을 미리 짐작도 해보죠. 특허로 지적재산을 그 정도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걸 본다면, 구글이 과연 출판을 특허 출원보다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일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긴 해도 사실은 그들 내부에 쌓아두는 게 더 많은 것이죠. 제 생각에는 NHN의 규모와 역량에서 볼 때에는 NHN이 구글보다 갖고 있는 걸 훨씬 많이 공개하고 사회와 나누는 셈이 아닐까 싶어요. 상대적인 측면에서요.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지금 3년째 DeView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국내 개발자들이 신청을 엄청나게 하셨고 많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이 정보에 목마르다는 것도 많이 느꼈습니다. 의지를 더 갖고 그분들과 더 많은 걸 나눠 나갈 생각입니다.

<글로벌 경쟁, NHN의 핵심역량>

- 구글과 MS, 애플이나 페이스북 등을 보면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설비투자 규모가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NHN은 글로벌기업과 비교하면 별로죠. 과연 경쟁이 될까 싶을 정도로 투자규모가 적습니다. (주: NHN의 설비투자 규모는 연간 감가상각액 규모와 유형자산 증가 추세를 보면 짐작이 갑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큰 증가가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4년 정액상각하던 감가상각 기준을 3년 정액상각으로 바꿨음에도 감가상각액 증가율이 예년 수준입니다. 설비 투자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했던 질문입니다.)

=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경영적 관점에서 보면 결국 효율적 투자를 하는 수밖에 없어요. 우리도 냉정하게 고려해왔습니다다. 자체 IDC(데이터센터)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여기에 대한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자체 IDC를 갖지 않기로 생각해 왔던 이유는 지금 우리 외부에 충분한 상면(주: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SNS도 계속 투자하고, 확장된 서비스를 해나가야 하는 과정입니다. 지금은 자체 IDC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관점을 종합적으로 다시 봐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죠. 다만 지금까지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인 투자를 해왔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NHN이 한국 서버의 10% 정도를 갖고 있고, 국내에서 단일 기업으로는 매년 가장 많은 서버를 사들이는 회사가 됐습니다. 또 이 엄청난 서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술도 우리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갖고 있죠. 서버에 대한 투자는 우리가 제일 열심히 많이 하고 있는 셈입니다.

(추가: 인터뷰 이후 NHN에서 추가답변을 보냈습니다. 설비투자 규모가 적은 이유는 투자의지 부족이 아니라 가상화 기술 도입 등으로 효율적인 서버운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상화, 효율화 기술 또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최고 수준이죠. 그들의 설비투자 절대액과 비교해 NHN이 절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이 덕분에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우리가 독특한 경쟁력을 갖게 됐습니다. 바로 운영능력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들어와 이용하는 서비스를 장애 없이 운영해내는 능력은 굉장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얻을 수 있는 노하우죠. 이런 운영능력은 단순한 기계의 성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겁니다. 이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최근 인사담당자 얘기를 들어보니 삼성전자 인사담당자가 우리에게 고맙다고 했다는 겁니다. 우리 직원들이 올해 많이 퇴사했기 때문인데요, 아, 물론 우리에게 이게 부정적인 얘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꼭 그렇다고 보지 않아요. 우리 직원들의 수준이 삼성전자 같은 초일류 기업에서도 원할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 아니겠어요?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NHN 직원들이 스스로 세우고 지키는 기준, 우리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반응하는 그 노하우와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된 거라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우리도 삼성전자 같은 좋은 회사로부터 인력을 수혈받아 여기까지 온 겁니다. 인력이 그렇게 흘러가야 산업 전체가 잘 되고 국가단위 경제도 잘 되는 거죠. 사람이 흘러가는 걸 어떻게 기업이 인위적으로 막겠어요. 예전에 구글 창업자도 다른 회사에 구글 직원들이 가 있는 걸 보고 “엑스구글러(Ex-Googler)들이 새 회사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구글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면 우리에게도 기쁜 얘기”라고 했다더군요. 그게 우리의 마음입니다.

<NHN에게 소셜웹이란>

- 최근 NHN이 소셜웹 전략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그러는 건 다들 그러려니 했어요. 싸이월드라는 자원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NHN에는 어떤 자원이 있습니까.

= 소셜은 당위에요. 할까말까 하는 게 아니라, 가지 않을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의 성장을 보면 알 수 있죠. 우리는 과거 미니홈피가 인기일 때 그런 서비스를 하지는 않았어요. 블로그도, 소규모 카페도 그런 정도의 네트워크는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거죠. 그런 상황 이후에 지금은 우리가 ‘Go Social’을 얘기하고, 미투데이를 인수했습니다. 뒤늦게 이렇게 하게 된 건 이젠 어쩔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소셜을 안 할 수 없으며 이런 건 그냥 SNS 하나를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소셜웹이 검색과 영향을 주고받게 될 거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또 모바일 흐름에서도 소셜웹이 주는 영향이 큽니다. 리얼타임 검색, 모바일 SNS 등이 검색에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 그런데 소셜서비스라는 게, 사실 구글도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구글은 페이스북이 아니니까요.

= 좀 다르게 봅니다. 승부는 이제부터에요.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자면 페이스북이 우리가 생각해볼만한 규모의 수준을 휙 넘어가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 쉽지 않아보이죠. 하지만 국내시장만 보면 결국은 페이스북까지 포함해 모두 지금 시작하고 있는 셈입니다. 싸이월드를 보면 먼저 시작했긴 해도 그동안 서비스 확장성 측면에서 플랫폼 자체의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많이 달라졌고, 많이 바꾸고 있지만 그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결국 기존에 갖고 있는 자원의 장점보다는 모두 새로 시작해야 하는 셈이라는 공평한 조건이 더 큰 거죠. 과연 앞으로 한국 사용자들에게 누구의 서비스가 더 먹힐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보는 건 앞으로 사람을 그저 모으기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렇게 모은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여기에 우리의 장점이 있죠. 우리는 미투데이도 있고, 블로그도 있고, 지식인도 있고, 수많은 UGC가 네이버 안에 있습니다. 게임 쪽에서도 새로운 전략을 잡고 과감한 투자를 할 거에요. 이런 식의 전략을 말하는 건 네이버만이 할 수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걸 잘 꿰어보겠다는 생각 말이죠. 물론 누구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꿸 수 있는 구슬이라도 갖고 있는 곳 아닌가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해볼만합니다.

<NHN에게 게임은 어떤 의미인가>

- 일단 게임 얘기가 나온김에 보자면, 페이스북이 성공한 큰 이유는 사실 게임입니다. 한게임이 그런 형태가 될 수 있을까요?

= 한게임은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 소셜게임 때문에 소셜앱스 같은 새 서비스를 시작한 것 아시죠? 그것과 별개로 한게임의 비전을 말씀드릴게요. 앞으로 한게임은 모바일/스마트폰 게임 전문회사라는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한게임에서도 이미 페이스북에 소셜게임 만들어 올려본 일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우리가 좋은 게임을 만든건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주목받는 공간에 한게임의 게임이 가는 게 중요한데, 그러지 못하죠. 그 자리에는 징가처럼 이미 인기를 끄는 게임을 갖고 있어서 자기 게임 속에서 새 게임을 홍보할 수 있는 선두주자만 이득을 보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우리가 축적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경쟁하기보다는 전문성을 모바일게임에 맞추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바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생각이에요. 거기서 성공하면 결국 SNS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게임을 만드는 역량과도 일맥상통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 3년간 한게임은 과연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웹게임인가, 본격적인 MMO인가, 모바일게임인가. 우리는 그 답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그 첫 타깃은 일본 시장에 맞춰져 있다고 얘기합니다. 모바일게임이 일본이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게임 재팬을 키울 것이고, 일본에서 향후 3년 내 1000억 원 정도를 개발에 투자할 겁니다. 그러면 3년 뒤 일본에서 한게임은 스마트폰 게임 1위 업체가 될 수 있을 거에요. 적어도 목표는 그렇습니다. 일단 게임은 언어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바로 적용이 되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해볼만해요. 투자를 우선 일본 시장에 집중하고 한국은 그 후방효과를 얻게 할 계획입니다. 이게 우리가 한게임의 발전에 대해 갖고 있는 1차 계획입니다. 아직 어디서도 이렇게 자세히 얘기했던 적은 없는 것 같네요. 그리고 추가로 얘기하자면, 네이버 플랫폼에는 한게임 게임만 붙이려는 게 아닙니다. 징가 게임도, 독립개발자 게임도 붙일 거에요. 누가 오시든 관계없습니다. 소셜플랫폼이란 게 그런 것이니까요. 한게임 전략에 대해서는 정욱 본부장께서 11월 즈음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실 겁니다.

 

- 한게임 사행성 문제는 여전히 도마에 오릅니다. 웹보드게임의 사행성게임 비중이 크고, 웹보드 매출도 크니까요.

= 웹보드 게임의 건전성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도 이건 문제가 있어요. 포트폴리오 조정이 당연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쪽에서만 매출이 계속 나오면 위험하니까요. 사행성 이슈도 문제입니다. 가능하면 건전화 추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사실 그 덕분에 지금 매출이 그 분야에서 줄고 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테라 같은 게임의 퍼블리싱 사업이 지연되면서 잘 안 된 건 아쉽습니다. 퍼블리싱이 잘 됐다면 우리 포트폴리오는 이미 잘 짜여 있었을테고, 그러면 더 좋았겠죠. 이와 별개로 또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스마트폰으로 할 계획입니다. 모바일 게임 전문회사가 되면 웹보드 비중은 자연스레 줄어들겠죠.

- 얘기를 듣자니 좀 이상합니다. 블리자드와 징가는 완전히 다른 회사입니다. 그런데 한게임은 블리자드 노릇도, 징가 노릇도 전부 다 하겠다는 건가요? 그게 가능하기는 합니까?

= 맞는 얘기긴 하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선 게임은 일단 공통적인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NHN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해보죠. 엔씨소프트와 넥슨, 엄청나게 잘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서비스를 보면 게임이 글로벌 서비스로 더할나위없이 좋다는 게 증명이 되죠. 우리는 지금 해외 진출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에요. 참 부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장의 한 축으로 게임을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최근 한게임 분들 다 퇴직하시고, 우리는 검색/포털만 남기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나오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게임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죠.

 

- 블리자드와 징가 얘길 했습니다. 제 생각엔 NHN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시는 분들이 게임이 과연 뭔지 잘 모르신다거나, 게임산업의 성장에 대한 비전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다소 부침은 있었습니다. 웹보드 게임이 워낙 잘 됐기 때문에 초기에 그쪽에 신경을 많이 쓰긴 했어요. 넥슨은 그쪽대로 캐주얼이 잘 돼 캐주얼게임에 신경을 썼죠. 엔씨는 MMO에 신경을 쓴 것이고요. 그런데 본질적으로는 3사가 다 서로의 영역을 손대고 있는 것 아닌가요. 엔씨도 캐주얼게임을 하고, 웹보드도 하고, 결국 다들 서로 원하는 걸 해보려고 하지 않느냐는 얘깁니다. 게임이란 건 본질적으로 재미를 얼마나 다양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이 주느냐가 문제에요. 회사가 커질수록 안정적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도 이렇게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도 그래서 게임의 경우도 고루고루 해보려는 것이죠. 채널링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퍼블리싱도 이미 하고 있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개발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참고: 이 인터뷰가 신문에 나간 뒤 NHN은 '슬러거'라는 인기 온라인야구게임을 개발한 와이즈캣이라는 개발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간다는 측면으로 접근합니다. 게임은 종합비즈니스에요. 포털과 게임이라는 건 또 소셜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접목이 생기죠. 그런 점에서 우리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돌파구를 갖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구글이 징가에 투자를 하고, 음악서비스도 하겠다고 나서잖아요? 결국 그들도 게임을 하려 드는 겁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처음에는 달라보이지만, 나중에 지나고 보면 서로 참 비슷하게 가요. 우리도 놀랄 정도로 우리와 비슷하기도 하고요.

<네이버의 시각, 네이버의 방식>

- 미투데이를 초기에는 그 형식 때문에 트위터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니, 요즘 NHN 분들은 미투데이를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의 미투데이 광고도 그렇고요.

= 전략은 언제든지 변하고 수정되는 겁니다. 지금 현재의 미투데이도 그렇게 변해왔고, 지금은 페이스북에 가까운 형태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페이스북도 처음과는 많이 달라지고 수정돼 왔죠. 미투데이도 그런 겁니다. 어떤 형식이 우월한가, 무엇이 좋은 기능이고 편한 기능인가 이런 부분을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같은 건 참 좋은 기능이라서 우리가 ‘네이버미’라는 걸 만들어 이런 기능을 넣는 것이죠. 그리고 그걸 연결시켜주는 게 미투데이입니다. 페이스북에도 조금 있으면 검색창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 때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구글인가?’라고 물을 겁니다. 그래서 3개월 뒤 미투데이의 모습은 얘기하기 힘들어요. 또 변할테니까요. 하지만 현재의 미투데이는 페이스북에 가깝습니다.

- 그런 시각들이 재미있습니다. 단지 외국 서비스를 베끼자고 마음먹는다면 만들 수 없는 것인데, 네이버 사용자의 사용행태를 굉장히 깊이 있게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만드는가요?

= 이람 포탈전략실장이 있는 조직이 대략 40명 규모입니다. 그곳이 우리 회사 최고의 기획자들이 모여 있는 부서죠. 이렇게 사내 최고의 기획자들이 다른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좋은 서비스만 연구합니다.(주: 대개의 인터넷기업에서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는 '기존 서비스의 PV나 UV를 뺏아가면 안된다'는 식의 내부고려입니다.) 물론 다른 사례 참고는 하죠. 하지만 독창적인 고민을 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서비스는 이해진 CSO가 책임을 지고 끌고 갑니다. 작업 과정도 이 CSO가 함께 하죠. 그게 기획이 첫 의도에서 변화없이 작품으로 나올 수 있는 배경입니다. 페이스북이 들어와도 회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할 거에요. 한 번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주 예전이긴 하지만, 예전엔 한국에서 기획한 걸 외국에서 쫓아하기 바쁠 때도 있지 않았나요. 지금은 우리가 외국 것 참고하고 따라하는 거죠. 서로 배워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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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이라는 CEO>

- NHN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 판사 경험, LG 구조본 경험 등의 경력을 많이 말씀하십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여기는 학교에 가깝습니다. 벤처적이고, 창의적이라는 뜻이죠. 그런 점에서 저는 약간의 'discipline'을 강조합니다. 한국말로... (규율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저도 그 사전적 뜻은 아는데, 그게 아닙니다. 어감이 다르죠. 음, 비즈니스적인 성숙도라고 생각해주세요. 우리는 지금 성숙해가는 과정입니다. NHN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벤처에요. 자율과 창의성으로 대표되는 한국에서 가장 큰 벤처, 이게 NHN의 지금 모습이고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모습입니다. 저는 여기에 규율을 더하려는 게 아니고, 그저 규모에 어울리는 성숙함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지금도 사장이 엘리베이터에 타면 우리 직원들은 도촬(몰래 촬영)해서 미투데이에 올립니다. CEO를 마구 소환하는 건 기본이에요. LG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문화입니다. 이런 식의 자유로움은 유지돼야만 하고, 이를 유지하려면 경영진과 직원들이 계속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고민해야죠. 특히 벤처라면 회의 때 상하관계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팀장, 부장이 얘기한다고 거기 맞추려고 침묵하지 않고 자기 얘기를 쉽게 할 수 있어야 해요. 거기에 아무런 거북함도 없어야 합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우리 회사의 핵심 이미지이고, 벤처의 정의입니다. 복장이 자유롭고, 출퇴근이 자유로운 게 벤처는 아니죠. 하지만 복장과 출퇴근이 자유로워야 회의에서 편히 얘기할 수 있다면 그런 걸 할 겁니다. 남과 다르게 해야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으니까요. ‘오아시스’라고 제가 만든 제도가 있어요. 매월 하루에 두시간 먼저 퇴근하는 제도죠. 남들 다 일할 때 약간 먼저 퇴근하면 ‘일탈’하는 느낌이 들고 자유로운 생각이 드니까요. 학교에서 조퇴할 때 기분이 그렇지 않았습니까. 이 제도 반응이 꽤 좋아요. 1년으로 치면 3일분량의 유급휴가이긴 한데, 그래도 직원들이 이 날은 좀 빨리 가야하기 때문에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아침에 출근 때부터 퇴근 뒤 할 계획을 세우죠. 이날은 직원들의 하루가 달라지는 날입니다.

 

- 의사결정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 리더십 구조가 좀 독특합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인터넷 사업을 배경으로 성장한 경영자가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회사의 비전이나 서비스 전략 등을 책임지자면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건 창업자인 이해진 CSO, 그리고 검색파트의 사실상 창업자인 이준호 COO가 맡아서 합니다. 그들이 남아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데 그 부분이 바로 비전과 서비스 전략인거죠. 저는 한국 최대의 벤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는 것이고요. 리더에게는 두 가지 자질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과연 저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인가 하는 인간적인 관점, 그리고 둘째는 구성원에게 제대로 된 길을 제시할 비전이 있느냐라는 능력에 대한 관점이죠. 사람만 좋고 회사는 망가뜨릴 능력 밖에 없다면 그게 무슨 리더겠어요. 그런데 서비스 개발 등에는 천재이지만, 사람이 이상하면... 스티브 잡스가 좀 그런 얘기 듣지 않나요? 그 사람 때문에 회사 그만둔 사람도 많다고 하고... 그래서 그걸 보완할 수 있는 시련이 필요했고, 좋은 사람들을 다시 찾아서 회사가 좋아진 것 아니겠어요. 구글도 마찬가지죠. 젊은 창업자가 사장까지 다 맡으면 밑에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런 걸 보완하는 기제를 기업들이 갖춰가요. 에릭 슈미트같은 분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죠. 내게도 그런 역할이 주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판사 생활하면서 여러 얘기를 듣는 균형감각도 배웠고, LG에서 글로벌하게 중요한 업무를 맡은 경험도 있습니다. LG에서 일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에서 누가 우리를 찾아와도 꿀리지 않는 ‘배포’같은 걸 배웠죠. 도박을 해도 큰 판에 걸어본 사람은 작은 판에서 담대할 수 있어요. 제 나이에 그 정도 일을 해본 사람이 한국에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것들이 지금 이곳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서비스와 비전은 창업자들의 열정과 비전을 제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죠. 그러나 그들의 부족한 부분, 그러니까 이 회사를 벗어난 경험이 별로 없는 창업자들의 부족한 부분은 제가 채워줄 수 있습니다. 제게는 ‘현실감각’이란 게 있거든요. 현실감각이란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게 있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아는 겁니다. 굉장히 많은 변수를 동시에 다루는 게 CEO의 일이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제가 회사를 이끌고, 비저너리의 역할은 창업자가 맡는 게 참 좋은 구조에요. 이런 비저너리의 역할을 해야 할 창업자가 떠나버린 채 운영되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건 굉장히 위험한 거라고 생각해요.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두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닙니다. '그런 종류의 회사'를 얘기하는 거죠. 그런 회사는 쉽게 관리 중심의 회사가 되는데 그게 위험하다는 겁니다. 반대의 경우는 현실감각 없이 비전만 보고 뛰는 건데, 마찬가지로 위험합니다. 우리는 그게 균형을 갖춘 회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