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블 갖고놀기
by 김상훈

사실 처음 페블을 샀을 땐 사람들이 그걸로 뭘 하느냐고 물어봤다. 메일을 읽고 문자를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전화가 오면 손목에서 진동이 울려 놓치지 않는데도 도움이 되고, 음악을 시계에서 켜고 끄고 앞 곡 뒷 곡 재생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겨우 그게 전부야?" 뿐. 시계 화면을 맘대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야 뭐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그런데 태스커와 연결되니 재미있는 일들이 가능해진다. 당장 이 페블 태스커 앱을 실행하면 페블의 세 가지 기능을 세 개의 페블 키에 할당해서 쓸 수 있게 된다. 나는 '사진'과 '진동', '녹음'을 각각의 키에 설정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스마트폰을 어디에 잘 세워놓고 그 앞으로 이동한 뒤 시계 버튼을 누르면 페블이 사진을 찍는 원격 셔터가 된다는 뜻이다. 진동도 마찬가지.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가방 속이나 다른 방에 전화기를 두고 왔다면 그냥 시계에서 진동 버튼을 누르면 된다. 소리가 무음으로 돌아간다. 녹음은 어디에 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한 번 해봤다. 예를 들어 몰래 뭔가 녹음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화기를 슬쩍 두고 나온 뒤 바깥에서 녹음 버튼을 누르면 회의 녹음 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불법이다. 그런 짓 안 할 계획이지만, 버튼이 세 가지라 만들어봤다.
이외에도 많은 일이 가능하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같은 문장을 자동으로 전화가 걸려온 번호에 SMS로 보내준다거나, 자전거를 탈 때 굳이 가방 속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운동을 도와주는 앱을 실행시켜 라이딩을 기록하게 만들거나 멈추게 하는 일 등이 떠오른다. 애초에 페블은 스마트워치라고 할만한 보조기기가 없는 애플의 아이폰을 위해 만들어진 킥스타터 프로젝트였지만 역시 제대로 활용하려면 안드로이드와 붙는 게 궁합이 더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