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그래프 서치
by 김상훈
페이스북이 미국 시간으로 15일 발표한 '그래프 서치'를 설명하는 가장 자세하고 훌륭한 기사. 사실 구글이 검색을 어떻게 만들어왔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가려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페이스북 검색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검색 분야에서 구글은 압도적이다. 사실상 독점기업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구글의 검색시장 독점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는 건(물론 정부는 들여다본다) 그만큼 구글 검색이 기능적으로 경쟁자들을 멀리 따돌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티븐 레비가 이 기사를 쓴다면 누구보다 잘 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확실하다. 구글러를 제외하면 구글을 제일 잘 아는 외부인이니까. 자세한 내용이야 기사를 보면 되고, 몇 가지 정리해 놓고 싶은 게 있다. 페이스북 검색은 친구 인맥과 친구들의 추천을 이용하니까 더 개인화됐다는 뻔한 소리 말고, 이 기사에는 좀 더 깊은 얘기들이 나온다.
1. 그래프 서치의 검색어 제안
검색어를 입력하기 시작했을 때 검색엔진이 검색어 입력이 완료되는 걸 기다리지 않고 "이거 입력하려던 것 맞죠?"라는 식으로 제안 검색어를 자동 완성해주는 기능이 구글의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검색엔진들이 비슷한 기능을 구글 따라 도입했고, 사용자가 맺고 있는 친구 관계를 사용해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래프 서치도 비슷한 기능을 도입한다. 그런데 제안 방식이 다르다. 구글은 자주 입력되는 검색어, 그러니까 업계 용어로 쿼리(query)를 통계화한다. 그리고 사용자의 과거 검색어 입력패턴도 통계화한다. '일반적으로 자주 입력되는 단어'와 '내가 자주 입력하는 단어'의 통계를 결합해 맞춤화됐는데도 일반적인 단어들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이지만 이걸 성질 급한 사용자가 매끄럽게 이용하도록 0.01초 단위까지 재면서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건 구글 말고는 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프 서치는 아예 생각을 달리 했다. 마치 구글처럼 하지 못하는 네이버가 구글 방식을 따르는 대신 쿼리가 입력될 때 실시간 검색어, 뉴스 등 트렌디한 정보를 반영해 네이버만의 제안 검색어를 보여주는 것처럼 페이스북 방식을 도입했다. '뉴욕'을 입력하면 '친구들이 좋아하는 뉴욕 레스토랑'이라거나 '친구들이 사진을 많이 찍은 뉴욕 명소' 등을 제안 검색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2. 페이스북 강화하기
이런 방식은 페이스북 활동량을 늘린다. 지금도 서비스 체류시간으로 보면 페이스북은 웹에서 최강자다. 사람들은 구글 검색에는 순간적으로 머물렀다가 정보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나지만, 페이스북에선 죽치고 머물러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그런데 지금까지 페이스북 활동이란 건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는 수준이었다. 매우 수동적인 이용이란 얘기다.
그래프 서치는 이 수동적인 사용자들을 적극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 저커버그는 "구글 엔지니어 가운데 페이스북에 다니는 친구가 있는 사람들" 같은 검색어를 예로 들었는데, 그래프 서치를 이용하면 어떻게 구글 엔지니어에게 페이스북 채용 면접을 한 번 보라고 제안할 수 있을지 방법이 생기는 셈이다. 또 재미있는 검색 예시가 "우리 집 근처에 살고 있는 미혼여성" 같은 검색이다. 여기에 조건도 좀 덧붙여보면, "레드 제플린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기르는 여성" 식으로 범위도 좁힐 수 있다. 이상형? 페이스북으로 내 바로 옆에서 찾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일종의 '발견'이다. 기사를 보면 저커버그는 이를 처음 하버드 기숙사에서 만들었던 페이스북 초기 형태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때 페이스북은 하버드라는 같은 커뮤니티 속 친구들을 페이스북을 통해 발견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현실에서 연결관계를 갖고 있지만 잘 이해하지 못했던 친구들,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들의 장점 등을 페이스북이 발견하도록 돕는 셈이다. 물론 예쁜 여자를 쉽게 찾으려고 만들었을 가능성도 없지야 않겠지만.
3. 역교육
신기했던 게, 페이스북이 직면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구글 식의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익숙해져버린 검색에 대한 학습 효과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이상한 문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알고자 하는 정보가 '회사 근처에 있는 괜찮은 치과'라고 가정해 보자. 이 정보를 현실에서 얻으려면 우리는 직장 동료에게 "근처에 괜찮은 치과 있으면 좀 소개해봐"라고 얘기한다. 구글에 물어볼 때엔 (내 경우) '광화문 치과 추천'이라고 쓴다. 로봇같은데, 이미 10년 이상을 이런 식으로 검색해 왔기 때문에 검색창 앞에서 키보드를 손에 쥐었을 땐 이 상황이 훨씬 자연스럽다. 누구도 구글에게 "근처에 괜찮은 치과 소개해봐"라고 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선 다르다. 자세한 질문이 더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잘 가는 치과'로 검색하면 수많은 치과들이 등장한다. 반면 '철수 친구가 지난 달에 다녀와서 사진 찍었던 그 치과'라고 검색하면 바로 그 치과가 나온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검색 방식에 적응하도록 가르치는 게 페이스북의 숙제다.
4. 모바일
그래프 서치는 아주 초기 단계다. 직접 써본 건 아니지만, 페이스북 발표를 보자면 현재 검색되는 건 친구 관계를 응용한 정보 정도이고, 응용되는 검색 분야도 제한적이다. 페이스북이 공개하는 정보가 제한돼 있고, 이용할 수 있는 검색의 변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커버그가 "아직 페이스북에는 '개를 길러요' 같은 필드가 없어요"라고 말한 건 반대로 보면 필드 없이는 검색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바일로 확장되면 다르다. 수많은 필드가 더해진다. 무엇보다 장소가 결합되고, 자주 전화를 주고 받는 사람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연결은 적은데 전화 연결이 많다면 친구보다는 공식적인 관계일 수 있고, 페이스북과 전화 모두 많이 연결된다면 특별히 친밀한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정보의 중요도가 달라진다. 여기에 이동속도, 바라보는 방향, 직전에 실행된 앱 등의 정보가 결합된다면?
프라이버시 걱정이 당연히 시작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개인정보를 공개하면서 페이스북 그래프 서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만만찮게 크다. 구글도 마찬가지였지 않나. 결국 우리는 이제 사생활이란 건 없는 옛 시절로 돌아가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구글이 올해 집중하는 분야는 구글 나우다. 검색하지 않아도 검색이 끝나 있는 검색. 페이스북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도 상대가 안 됐던 시장인데, 페이스북 검색에 대해서는 구글도 처음으로 긴장하는 눈치다. 정말이지,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 추가
페이스북 검색이 실패할 거란 얘기들이 많다. 영어 아니면 인덱싱도 제대로 못 해서 검색도 못 하는 한계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원인들이 지적된다. 그런데 이런 얘기들을 종합하면 다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다. 페이스북은 구글처럼 할 수 없고, 구글을 따라잡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구글처럼 할 생각도 없고, 구글을 따라잡을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인용한 기사를 보면 페이스북은 애초에 이름을 지을 때부터 검색이란 말을 쓰기 싫어했다. 실제 그래프 서치는 검색이라기보다는 그냥 페이스북 친구들의 정보를 서핑하는데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브라우징한다는 표현도 검토됐다는데, 그보다는 검색이 가까워 보였단 얘기다.
이는 구글이 구글플러스를 만들면서 '구글플러스가 곧 구글'이라고 했던 것과 묘하게 비슷하다. 구글플러스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아니다. 그랬다면 실패했을 게 틀림없다. 대신 구글플러스는 기존의 구글 사용자 정보와 각종 이력들 또는 앞으로 구글 서비스가 만들어낼 행위들을 다른 구글 사용자들의 행위에 연결시켰다. 세로로 연결되는 구글의 정보중심적 구조에 가로로 연결할 수 있는 다른 축을 하나 더한 셈이다. 페이스북의 그래프 서치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수직적인 정보 검색이란 워낙에 없었던 서비스라 아주 단순한(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내 동창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냥 친구의 친구 식으로 가로로 퍼져나가는 수평적 관계만 존재했던 셈인데, 여기에 세로줄을 더한 셈이다. 구글이 구글플러스가 페이스북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처럼, 페이스북도 그래프 서치가 구글 검색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곧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고 여기게 될 것 같다. 막 시작한 서비스를 비관하기엔 너무 이른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