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ing Compiler

페이스북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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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heads
전화기란 뭘까. 스마트폰은 또 뭘까. 과연 지금같은 세상에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시대처럼 전화를 걸고 받으며 살아가는 게 올바른 일일까.

페이스북 홈을 써보기 전에는 모든 게 그저 당연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당연했던 일들에 회의가 든다. 물론 페이스북에 대한 별점 평가는 형편 없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실패할 것'이란 부정적 평가 일색이다. 하지만 누군가 소수의 옹호자는 있게 마련이고, 난 페이스북 홈의 팬이 됐다.

전화는 멀리 떨어진 사람과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하는 도구다. 물리적 거리를 기술로 줄이고, 생생함을 늘리는 게 목표다. 우리는 일상에서 상대방에게 "내 얘기를 들어줘"라는 신호를 여러 가지로 보낸다. 말없이 미소지으며 쳐다본다거나, 어깨를 살며시 잡는다거나, 팔을 톡 건드린다거나, "저기요"라고 말을 꺼내거나, "안녕"이라고 인사하거나, 뒤에서 안기도 한다.

기술적 한계로 불완전했던 전화는 오직 한가지 방식만을 사용했다. 벨을 울렸다. 여기에 상대에 대한 배려는 존재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이런 기술적 한계를 줄였다. "언제 전화드리면 좋을까요?"라거나 "통화 가능하실 때 제게 연락주세요"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페이스북에 "나 지금 심심해"라고 상태를 업데이트 할 수도 있다. 급하지 않은 용건은 이메일로 보내도 되고, 아무런 말 없이 꽃다발이나 예쁜 그림을 카카오톡 스티커로 전달해도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냥, 벨을 울린다.

사람에게 연결되기 위한 기계가 전화였다면 스마트폰도 그래야 하고, 기술의 한계가 극복됐다면 스마트폰은 그 기술 발전을 더 똑똑하게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페이스북 홈(의 첫 화면)에는 '전화'가 없다. 벨을 울리는 기능은 그냥 여러 앱들 가운데 하나다. 아이폰도, 안드로이드폰도 'Dock'이라는 '고정석'을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에게 할애하지만 페이스북에선 그런 특별 위치는 오직 '메시지' 하나에게만 주어졌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기본 SMS앱과 페이스북 메신저 사이의 통합 앱이다. 문자나 페이스북 메시지가 오면 친구들의 얼굴이 스마트폰 화면에 떠오른다. 챗헤드라는 이 기능은 페이스북 홈의 가장 매력적인 기능 가운데 하나다. 메시지는 읽고 싶을 때 읽으면 된다. "요즘 세상에 누가 음성통화를 합니까?" 마크 저커버그의 말이냐고? 천만에. 2007년 음성통화 서비스인 그랜드센트럴을 구글이 인수할 때 이 인수에 회의적이었던 세르게이 브린이 했던 말이다. "당장 받아"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전화와 달리 메시지는 실시간일 필요는 없으니까.

문자메시지는 효율적이고 단순하며 간편하고 배려가 있는 통신수단이지만, 글자수 제한이 있고, 비싸다. 스마트폰의 메신저는 싸고, 제한이 없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동영상이든. 페이스북 홈은 그래서 스마트폰을 "당장받아" 기계에서 "시간되면 답해줘" 기계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커버피드. '전화기 시절'과 달리 스마트폰엔 첫 화면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보면 돈을 주는' 광고를 넣어둘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날의 일정이나 시계, 자신이 찍은 사진 등을 넣어둘 수도 있겠지만 페이스북 홈은 그 자리가 스마트폰 사용의 중심이라고 봤다. 마크 저커버그는 "앱이 중심에 오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중심에 와야죠"라고 설명했고 실제로 스마트폰을 그렇게 바꿨다. 화면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스마트폰은 친구들과 이어지는 기계가 된다. 원래 전화기가 처음 나왔을 때 했던 일이 우리와 친구들을 이어주는 일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여기까지 오는데 100년이 넘게 걸렸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페이스북 홈이 성공할까? 내 생각엔 이 질문은 잘못됐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이 최선일까? 페이스북 홈은 이 질문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을 했고,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내놓았다. 물론 페이스북 식으로. 페이스북을 굉장히 많이 쓰는 (나같은) 사용자에겐 페이스북 홈의 경험이 당황스럽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짜증날 수 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홈이 실패할 거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이제 자기들 방식의 홈을, 더 뛰어나게 만들어내는 게 올바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