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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라이즈에서 투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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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끔찍한 사고 두 건이 발생했다. 피해가 큰 건 뉴올리언즈. 테러범이 차를 몰고 인파에게 돌진한 뒤 내려서 총을 쏴댔다. 라스베거스에서도 테러범이 나타났다. 이 테러범은 일론 머스크가 자랑하는 사이버트럭을 몰고 트럼프 타워를 들이박았다. 둘 다 전역한 군인들이 범인이었는데, 공통점이 또 하나 있었다. 두 테러리스트는 모두 투로(Turo)라는 앱을 통해 차를 렌트했다.

투로는 쉽게 설명하자면, 자동차의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가 내 집을 남에게 빌려주는 서비스인 것처럼 투로는 내 차를 남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다. 투로의 '호스트'는 자신의 차가 운행하지 않고 주차되어 있는 시간 동안 차를 투로 플랫폼에 올려 사람들에게 차를 빌려주고 돈을 번다. P2P 렌터카 서비스인 셈이다.

물론 에어비앤비가 호스트-게스트 사이의 각종 문제로 골치를 썩었던 것처럼 투로도 온갖 문제를 겪어왔다. 차를 빌려간 뒤 제 시간에 반납하지 못하는 것 정도는 페널티 위약금으로 해결 가능한 사소한 문제. 하지만 빌려준 차량을 도난당하는 일 정도가 되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종종 투로로 빌린 차량이 범죄에 사용되기도 했다. 당연히 회사는 여러 안전 조치를 이중삼중으로 도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로의 차량이 테러 범죄에 쓰이는 상황까지 왔다. 투로의 잘못은 아니지만, 왜 테러리스트를 거르지 못했을까 돌아봐야 할 시점이긴 하다.

굳이 이 회사 얘기를 꺼낸 건 2011년 추억 때문이다. 당시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푹 빠져 있었는데, 아이디어가 엄청나게 매력적이었다. 투로가 이전 이름인 릴레이라이즈(Relay Rides)였던 시절 얘기다. 세상에, 남는 방을 호텔처럼 여행자에게 빌려주고, 하루 대부분 주차되어 있는 차를 렌터카처럼 이웃들에게 빌려주다니. 그것도 과잉 생산 과잉 소비를 미덕으로 하는 이 미친 자본주의의 심장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새 현상이라니. 그렇게 이런 회사들을 취재했었고, 모아서 나중에 책까지 출간했다. 어느새 15년 가까이 된 얘기다.

심지어 릴레이라이즈(투로)는 흔히 '차량 공유'라고 하면 떠올리는 우버와 비교돼 더욱 심정적으로 마음이 갔던 회사였다. 따져보면 우버는 차량 공유라고는 해도, 실제로는 그냥 '일반인이 기사로 참여하는 모바일 택시 서비스'에 가깝다. 주차되어 놀고 있는 차를 공유하며 활용하는 대신, '우버 기사'가 되기 위해 차를 사서 택시업에 종하사도록 만든다. 차를 덜 사고, 덜 몰게 만드는 게 아니라, 우버용 차를 더 사고, 고객을 찾아 거리를 더 운행하게 만든다. 이렇게 보면 투로가 진정한 차량 공유 서비스같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었다. 오늘날 투로 플랫폼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활동하는 '호스트'는 투로용 차량을 수백대씩 등록하는 사람들이다. 남는 자원을 공유하는 공유경제는 오간데 없고, 필요없는 차를 더 사서, 더 많이 타고 다니도록 만든다. 과거 한 때 공유경제라고 얘기되던 플랫폼들은 실제로는 자원을 공유하는 역할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기존에 라이센스로 관리되던 업종에 무자격자들을 쉽게 진출시키며 자원 낭비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수십년간 기술 기업 언저리에 있다보니, 신기술이 보여주는 아름답고 멋진 미래의 대부분은 정반대의 모습으로 현실화된다는 점만 깨닫게 된다. 목소리가 작은 개인에게 큰 목소리를 돌려줄 거라 기대했던 소셜미디어는, 억만장자 재벌이 수십억 인구를 향해 자기 얘기만 떠들 수 있는 엄청난 확성기로 변했다.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해 사람들의 '제2의 두뇌' 역할을 할 거라 칭송받던 스마트폰은 사람들을 언제 어디서나 숏폼과 게임에 빠지게 만드는 바보상자 역할을 한다. 난 비관론자는 아니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 비관과 냉소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저 두 테러리스트가 투로에서 차를 빌렸을 뿐인데,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