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하루
by 김상훈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들려오는 얘기들은 하나같이 그가 얼마나 비범한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정리 차원에서 적어둡니다. PC매거진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존 루스 주일 미국 대사와 나눈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아이폰4S 발표날, 손정의 회장은 애플을 방문했습니다. 애플은 주요 인사를 신제품 발표 때 초청하곤 하죠. 한국의 이석채 KT 회장도 한 번 이 행사에 참여했던 모습이 화면에 잡힌 바 있고요. 그런데 손정의가 팀 쿡 CEO와 얘기하던 도중 팀 쿡이 갑자기 미안하다며 자리를 떠나야겠다고 양해를 구하더라는 겁니다. 먼 길을 온 주요 고객사 손님에게 결례였겠지만 이를 무릅쓴 것이죠.
손정의가 "어딜 가는데요?"라고 물었습니다. 쿡은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보스가 불러서요." 팀 쿡에게 보스는 한 명 뿐입니다. 스티브 잡스죠. 이날은 아이폰4S 발표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스티브 잡스가 죽기 하루 전 날이었습니다. 쿡은 손정의에게 "스티브가 다음에 발표할 제품과 관련해 할 얘기가 있다고 집으로 와달라네요"라고 얘기하곤 자리를 떴습니다.
손정의는 PC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 날까지도 스티브는 애플의 다음 제품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기업가의 정신이란 게 어떤 건지 정말 강렬하게 보여주는 일이었죠. 스티브는 당시 매우 아팠고, 상태가 위독했습니다. 하지만 신제품 발표가 그를 조금 더 오래 살게 만들었을 겁니다. 육체적으로 스티브는 훨씬 일찍 죽었을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에 대한 사랑과 다음 제품을 만들겠다는 열정이 그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던 것이죠."
월터 아이작슨이 전기 집필을 위해 2층 계단도 오르내릴 수 없었던 스티브를 찾아갔을 때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몹시 괴로워하고, 쇠약해져 있는 상태였음에도 스티브의 눈은 열정으로 가득했고, 빛이 나고 있었다고.
스티브 잡스는 비록 내일 죽는다 해도, 또는 앞으로 5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마지막 순간의 삶이 지금 현재의 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사람이다. 그의 삶은 유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시작돼 특별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삶 사이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그는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포르쉐 자동차를 사랑하게 된 것 정도를 제외한다면, 스티브는 한결같이 검은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사람들을 대했고, 팔로알토의 평범한 주택가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 그에게는 다른 보상이 필요 없었다. 그의 삶 자체가 그에게는 보상이었다.
예전에 그가 무기한 병가를 떠났던 시점에 이런 글을 썼던 생각이 납니다. 그가 정말 그런 삶을 살았다는 게 놀랍고, 아쉽습니다. 그리고 그는 병가 도중에도 무대에 나와 키노트를 진행했죠. 마지막 키노트가 됐던 6월 무대가 끝나고 촬영됐던 이 사진 생각이 납니다. 스티브는 그 날이 자신이 무대에 서는 마지막 날이란 걸 알고 있던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