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곡선
by 김상훈
제품도 사람과 비슷해서 늘 나이를 먹게 마련이다. 태어나고, 성장하며, 성숙한 뒤 뒤안길로 사라진다. 장수하는 제품도 있지만, 영원한 제품이란 없다.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치즈버거가 장수하고 있긴 하지만 다음 세대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0년 전 소니가 워크맨을 포기할 거라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 마케터들은 이런 제품의 수명을 제품 생애주기(Product Lifecycle)라는 표현을 써서 파악한다. 첫 째는 탄생의 시기다. 제품 생산비용은 비싼데 버는 돈은 없다. 사람도 태어나면 돈 들어갈 일이 많지만 가계에 보탬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다 성장기에 들어선다. 입사 초기의 사람과 비슷하다. 제품은 이제 점점 적은 비용을 들여도 알아서 굴러간다. 대량생산으로 원가절감이 시작되는 시기다. 광고비를 들였으니 소비자 반응도 나온다. 그 뒤 성숙기가 온다. 성공한 제품은 성공적인 사람처럼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는다. 화려한 절정기가 펼쳐진다. 경쟁자들이 계속 밀려들지만 다 버텨낼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보다는 이제 슬슬 발을 뺄 시점을 고민할 시기다. 그리고 쇠퇴기가 다가온다. 판매도 줄어들고 이윤도 떨어진다. 사람이라면 은퇴할 때가 온 셈이다.
전통적인 제품의 생애는 이랬다.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는 제품이 걸어가는 길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이런 제품에 어떻게 반응할까?

요즘도 그럴까? 테크크런치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다. 아래 그래프를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다.
제품 생애주기나 혁신의 분포 같은 전통적인 이론에 대한 반박은 아니다. 다만 시장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새로운 관점을 던져준다. 이 '시장 곡선'에 따르면 소비자는 새로운 혁신이 나오면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흥분(hype)의 시기다. 얼리어답터들이 시장이 뛰어들 때의 얘기다. 그러다 곧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facing reality). 이론은 멋졌는데, 제품을 손에 쥐어보니 영 쓸모없던 것이다. 이 때가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다. 혁신 확산 이론에서는 이 구간을 '캐즘'(Chasm)이라고 표현한다. 시장곡선 이론에서도 혁신 확산에서 캐즘을 넘는 법을 얘기했던 것처럼 이 구간을 넘어서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륙(lift off)을 위해 필요한 조건 얘기다.
첫째, 시장에서 핵심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어야 한다. 아이폰이 팔리려면 이미 휴대전화와 이동통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둘째, 주류를 설득할만한 뛰어난 응용기술이 나와야 한다. 옴니아 말고 아이폰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 마지막으로, 이런 혁신을 이끌어갈 뚝심있는 선도기업이 존재해야 한다. 남들이 거부하고 반항해도 버티고 제품을 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야말로 이런 기업이었겠지.
그래서 재미있는 건 이 그래프다.

지금 우리 시대의 기술이 이 새로운 시장 곡선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루폰의 어려움과 티켓몬스터, 쿠팡 같은 서비스의 시들함을 보면서 한물 갔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보기에 이 제품들은 아직 망하지 않았다. 물론 '실패한 기술'의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이런 데일리딜 서비스의 기본요소인 SNS와 인터넷은 이미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고, 소비자를 설득할만한 반값 상품도 등장했다. 중요한 건 이 사업자들이 얼마나 이 사업을 끌어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과연 데일리딜 회사의 창업자들이 뚝심있게 자신의 사업모델을 이륙 단계로 밀어 올릴까?
그리고 모바일앱은 이제 포화상태처럼 여겨지고 있다. 조만간 이 분야에서 비명 소리가 들릴 것이란 악담 같다. 역시 되살아나거나, 영영 실패하거나의 문제다. 재미있는 건 인터넷과 모바일, 클라우드. 인터넷과 모바일은 그렇다 하겠는데, 클라우드가 앞으로 훨씬 더 오래 잘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aaS 일을 하는 분이 쓴 글이란 사실이 드러난다. 곡선 맨 끝의 라디오와 신문은... 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