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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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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예전 출입처로 돌아왔습니다. 2005년 한 해 동안 IT 업계 기사를 써왔으니,만으로 3년 반, 햇수로는 4년이 됐죠.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정부도 바뀌었고, 제 개인사에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05년, SK텔레콤은 을지로에 번듯한 새 건물을 짓습니다. 폴더형 휴대전화를 상징했다고도 하고, 고객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이라고도 했던 건물이었죠. 독특한 외관에 대한 찬사와 함께 '역시 SK텔레콤'이란 감탄이 쏟아졌습니다.

그 건물로 다시 들어섰습니다. 1층에는 스타벅스가 생겼고, 인공연못에서 디지털 화면으로 구성된 물고기가 헤엄치면서 가짜 물보라마저 튀깁니다. 4년 전보다 훨씬 더 첨단을 달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심지어 스타벅스에서 커피 주문을 하려면 직원에게 말을 걸 필요도 없이 터치 방식으로 작동되는 책상형 컴퓨터를 통해 전자 주문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1층 한 구석에 예쁘고 늘씬한 데스크톱 4대가 보였습니다. 컴퓨터 업계에 미니멀리즘 디자인 열풍을 불러왔던 애플의 '아이맥' 컴퓨터였습니다. '역시' SK텔레콤이었습니다.

사용자의 편리하고 익숙한 이용을 위해, 아이맥은 윈도XP를 통해 작동되고 있었던 걸까요.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OSX'(오에스텐)이라는 윈도와 다른 별개의 OS로 작동됩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일부러 OSX 대신 윈도XP를 설치했습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 저는 조금 멍해졌습니다.

4년이 지나는 동안, 이 회사는 점점 더 멋진 디자인과 번듯한 외관, 훌륭한 실적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윈도를 사용하는 매킨토시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겉보기엔 잘 작동하고 있는데도, 뭔가 어색하고, 잠재력은 발휘되지 않았으며, 억지로 멋진 겉모습만을 연출하려고 드는 모습 말이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할 때면 원래 개발했던 기능에서 한두가지를 빼놓습니다. 주로 무선랜(WiFi)과 같은 통신 기능일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통화량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이동통신사의 입김 때문이죠. 세계 80여개 국가에서 판매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휴대전화 '아이폰'이 한국에선 여전히 그림의 떡입니다. 모든 걸 다 스스로 하고, 이익은 독점하고 싶어하는 한국 이동통신사의 '전략' 때문입니다.

그동안 한국의 통신업계는 미국의 AT&T나 버라이즌, 영국의 보다폰, 일본의 NTT 등에 못지않은 번듯한 기업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외형에만 그쳤던 건 아닐까요. 4년 전, SK텔레콤을 비롯해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은 앞서 언급한 세계적인 통신사들을 따라잡겠다며 '해외로, 해외로'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해외사업은 대부분 실패했고, 이들에게 안정적인 현금을 고스란히 제공해 온 한국의 소비자들은, 그 대가로 해외의 소비자들보다 못한 서비스에 만족하며 살아야만 했습니다.

통신산업은 단순히 이윤만을 따질 수 있는 산업이 아닙니다. 국가의 중요한 인프라이고, 국민들의 안전과 복리에 필수적인 산업이기 때문이죠. 그렇긴 하지만, 이제는 외국의 사례에서 껍데기만 베껴오는 수준을 벗어나 그 안의 소프트웨어, 내용물까지 제대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4년 만에 들어선 건물에 놓여있는 '윈도 매킨토시'는 그래서 참 묘한 느낌을 불러 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