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를 한다더니
by Kim
불황은 약자부터 괴롭힌다.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 투자자들과 갈등이 늘어난다. 최근에는 푸드컬쳐랩이 성홍이라는 투자자로부터 계약 위반 사유에 따라 투자 지분을 되사가라는(주식매수청구) 요구를 받았다.
알아보니, 성홍은 삼양화학그룹의 계열사다. 삼양화학공업이 모체로, 삼양사나 삼양식품과는 전혀 관계없고 5공 시절 시위 진압용 최루탄으로 큰 돈을 번 회사다. 지금은 비료, 요소, 포르말린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들거나 수입/수출한다. 그런데 벤처투자?
삼양화학그룹 홈페이지에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드리움’이라는 곳을 소개한다. 매일경제 보도를 보면 드리움 대표는 박성우씨. 그런데 정작 드리움 홈페이지에는 드리움이라는 법인명이 없다. 홈페이지의 법인명은 '삼양화학실업', 대표자 박상준. 박상준은 삼양화학실업과 삼양화학산업의 대주주이자 삼양화학그룹 회장으로 삼양화학 창업자 한영자 회장의 장남이다.

박성우라는 이름은 성홍의 감사보고서에 등장한다. 성홍 대표는 김구섭씨. 하지만 주주구성에는 박성우씨가 1대 주주로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즉, 박상준 회장의 삼양화학그룹 주요 계열사인 성홍의 최대주주 박성우 씨가 스타트업 투자를 맡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성홍 감사보고서 주석에는 매도가능증권도 정리돼 있다. 푸드컬쳐랩 등 성홍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한다. 23년 성홍의 연결재무제표는 투자한 회사들의 순장부가치를 정리했는데, 큰 손실을 인식했다. 성홍은 그룹 홈페이지를 통해 145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밝혔는데, 23년 인식 손실만 70억 원이 넘는다.
관련 보도를 보면 푸드컬쳐랩은 작년부터 성홍과 갈등이 깊어졌다고 나오는데, 23년 결산 이후 난리가 났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물론 사업은 사이클이 있으니 이 스타트업들이 나중에 성장하면 수백억 이상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벤처투자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성홍이 그런 이익을 기대하며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성홍은 주 사업분야도 쉽지 않다. 매출은 23년 998억에서 24년 715억. 손실도 확대됐다. 내친김에 관계사들도 훑어봤다. 주석 중 특수관계자 거래가 눈에 띈다. 주식회사 더메이슨. 대표는 박에릭.(박씨다.) THE VC라는 벤처캐피탈 정보를 올리는 사이트에 따르면(정보가 정확하진 않다) 직원 5명의 벤처캐피탈이다. 드리움(성홍)도 있는데 또 VC?
더메이슨은 성홍, 삼양화학산업, 삼양화학실업, 화성(안산시외버스터미널 운영사인 삼양화학 계열사)의 특수관계자다. 가족기업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더메이슨 자체는 외감 대상이 아닌 것을 보니, 규모가 아직 작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삼양화학 계열사들이 아직 작은 회사인 더메이슨에 148억의 단기대여금을 빌려줬다. 박상준 회장의 삼양화학실업 지분 1%도 더메이슨 명의로 변경됐다. 또 삼양화학산업은 24년 더메이슨에게서 43억 원을 매입했는데, 이 회사는 금속표면처리제를 만드는 회사다. 도대체 VC에게서 43억 원 어치나 사들일 상품/용역이 뭐가 있었을까.
어쨌든 성홍 측은 지금 계약서상 문구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과 다투고 있다.
- 그런데 정작 그 투자는 성홍이 아닌 '드리움'이 하는 것으로 삼양화학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적혀 있고,
- 드리움의 대표로 매일경제 보도까지 나왔던 박성우씨는 실제로는 어떤 법인의 대표도 아니었으며,
- 드리움의 홈페이지에 적힌 법인명은 삼양화학실업이었다.
- 투자금 집행은 성홍이 했지만,
- 정작 삼양화학그룹 계열사 중 벤처캐피탈은 더메이슨이고,
- 더메이슨은 투자 내역도 공개한 게 없다.
- 게다가 더메이슨은 최근 수년새 2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삼양화학그룹 계열사로부터 거래나 대출로 모아왔다.
머리속에 온갖 소설 같은 추측성 시나리오가 떠오르는데…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