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ing Compiler

Weekly IC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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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Interpreting Compiler: 
A week's roundup of stories that didn't make the page one, but still seem important.

망중립성, 민주주의, 보편적 인터넷 = 좋은 소리지만, 걱정되는 미래

https://www.nytimes.com/2024/11/17/technology/fcc-nominee-brendan-carr-trump.html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어지는 변화에 여전히 정신없었던 한 주였다. 크고 굵은 뉴스들은 많지만, 이 블로그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큰 변화는 브렌든 카(Brendan Carr)의 미국통신위원회(FCC) 위원장 후보 임명. 미국 정부인사가 한국 기술업계 사람들에게 뭐가 중요한가 싶겠지만 그동안 한국 통신업계와 기술업계는 모두 FCC의 결정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이 말하는 '망중립성' 원칙이 한국에도 엄청난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망중립성은 말 그대로 통신망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정책인데 여기서 중립이 아닌 대립항은 주로 통신사 vs 기업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한국 통신사가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톡을 제한하거나, 보이스톡을 제한하면 망중립성 위반이다. 또 대기업 동영상 제공회사가 통신사에 돈을 많이 내기 때문에 스타트업 동영상 서비스는 제한한다면 망중립성 위반이 된다.

문제는 트럼프 1기 때 이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한다고 선언했던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기 출범을 앞두고 브렌든 카가 얘기한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든 정부 때 다시 복원해 가던 중이었는데, 대놓고 망중립성이란 없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각오하라는 뜻이다. 특히나 구글은 망중립성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상호접속(구글-통신사 사이 연결)은 캐시서버로 해결하고, 추가 망사용료 부담은 없다는 원칙을 지켜왔는데 새영향권에 바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 게임업체처럼 안정적인 고속연결이 필수적인 업체들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내수 중심의) 한국 통신사들은 반색을 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수출도 하는) 국내 기술업계는 빨간불이 켜진 셈.

다른 정책들도 만만치 않다. 언론 자유를 지키겠다, 그리고 모든 미국인에게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듣기에는 멋진 소리지만 숨겨진 의미가 있다.

미국의 언론 자유를 훼손한 건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진보 성향 소셜미디어다. 이들이 콘텐츠 중재(moderation)라는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검열해서 미국의 언론 자유가 훼손됐다고 한다. 이 때 검열되었다고 주장되는 논쟁적 콘텐츠들의 대부분은 이민자 추방, 낙태 금지, 총기소유 옹호 등 공화당 쪽 주장. 그러니까 민주당 편들어줬던 놈들 손봐주겠다는 뜻이다.

모든 미국인에게 인터넷을 연결시켜준다는 것도 비슷한 소리. 도시 내 빈민 가구를 위한 얘기가 아니다. 시골 한적한 곳 까지 인터넷이 되도록 해준다는 얘긴데, 이걸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위성인터넷이고 위성인터넷은 (트럼프를 도운 실세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제일 잘 하니까 이 회사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인터넷 보급을 늘린다는 얘기다. 미국인의 세금으로 트럼프를 위해 돈 많이 쓴 백만장자를 지원해 주겠다는 소리와 뭐가 다른지.

양의 탈을... 아니 크롬의 탈을 쓴 안드로이드

https://9to5google.com/2024/11/18/chrome-os-migrating-android/

아이패드는 등장 직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끈 제품이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영 인기가 없다. 세계 1위 스마트폰 메이커는 삼성과 애플이 20% 전후에서 엎치락뒤치락, 샤오미도 두자리수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안드로이드 전체로 따지면 80%의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계열이다. 반편 아이패드가 속한 태블릿PC는 완전히 원사이드 게임. 애플이 40%를 지배하고 있으며, 2위부터 5위까지의 점유율을 합해도 애플에 못 미친다.

원인은 여러가지겠지만, 구글이 생각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문제는 UX. 아이패드는 시작부터 아이폰과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인기를 끌면서도, 동시에 생산성 기능도 꾸준히 제공하며 스마트폰과 PC 사이의 어느 시장에 안착했는데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그냥 '못 생기고 쓰기 불편한 안드로이드'에 멈춰있다. 특히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는 서로 점점 닮아가며 진화하는 과정이라 구글도 동일한 시도를 크롬OS와 안드로이드OS에서 진행할 계획으로 보인다.

태블릿(과 노트북)의 OS를 안드로이드로 통합하려는 시도인데, 태블릿 OS의 UX를 크롬의 모양으로 바꾸고 그 내부는 안드로이드로 전환시킨다는 게 골자다. 크롬의 장점은 애초 노트북용으로 개발된 OS여서 생산성 업무에 최적화됐다는 것이다. 다중창/다중탭 지원, 마우스와 키보드에 최적화된 UX, 외부모니터 지원 등 크롬북의 외양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라 해도 생산성에 최적화된 UX를 갖게 되는 것이 장점. 또 내부가 안드로이드OS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새로운 앱을 개발하지 않고도 기존의 안드로이드앱을 조금 수정해 넓은 시장을 확보하도록 돕는 것 또한 장점이다. 아이패드보다 훨씬 싼, 크롬의 탈을 쓴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다가오는 중.

좋은 칼럼: K-방역 다시 보기

중앙일보 오피니언 코너의 "코로나 방역 성공했다고? 경제 과학 무시한 결정 아쉬워" 칼럼. 감염병 위기관리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낮추는 것이 과연 목표일까? 만약 현재의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낮추는 것만이 목표라면 모두 문을 걸어잠그고 집에 들어가면 된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고, 미래세대의 교육이 엉망이 되며, 사회시스템이 붕괴된다 해도 "당장", "감염병으로" 죽는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감염 자체로 인한 손실과 방역 정책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손실의 합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여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는 지난 K-방역을 통해 무엇을 잃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