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ekly IC #2
by 김상훈
PC방 대신 게임호텔
중국 젊은이들은 게임을 할 때 PC방 대신 호텔에서 모인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친구들과 모여서 함께 게임을 하는 게 즐거우니 중국 젊은이들도 과거에는 PC방을 찾았는데, 코로나19 때 집합금지 명령으로 PC방 문화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중국에는 "위에서 정책을 만들면 아래에선 대책을 만든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있다. PC방 대신 찾은 곳이 호텔. 소수의 친구들이 호텔방에서 자는 것까지는 당국도 막지 못했다. 그러자 이젠 호텔들이 아예 나서서 이런 젊은이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신 컴퓨터와 키보드, 마우스는 물론이고 아예 우주선 분위기가 나도록 객실을 꾸며서 SF 속에 들어온 기분이 나게 했다.

에너지 드링크와 컵라면이 한쪽에 구비되어 있고, 배달음식 주문도 가능해서, 한 번 팀이 입장하면 주말 2박3일 정도를 보내는 건 일도 아니라고. 기사에는 토요일에 입실했다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8일을 묵은 투숙객 이야기도 나온다. 예전에는 서양 게임 기자들이 한국의 PC방 문화를 취재하겠다며 한국을 찾기도 했는데, 이젠 다들 중국으로 향하는 듯.
보이스피싱 사기꾼을 속여먹자!
가끔 주위의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노인 분들이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걸 보고 답답할 때가 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인 모양인데, 그래서 영국의 통신사 O2가 재미있는 일을 벌였다. AI를 이용해 데이지 해리스라는 이름의 가짜 할머니를 만든 것. 데이지 할머니는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고, 뜨개질을 좋아하신다. 인터넷과 컴퓨터는 잘 몰라서 설명을 길게 해줘야 알아듣는다는 설정.

O2는 데이지 할머니가 보이스피싱 사기꾼들과 최대한 오래 통화를 하면서 이들의 시간을 빼앗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기꾼들이 할머니를 속여보려고 오래 시간을 끌수록, 그만큼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가 줄어들 테니까. 실제로 세 명으로 구성된 사기꾼 집단이 데이지 할머니에게 "일단 주소창에 www를 치시고요!"라는 간단한 작업을 성공시킬 때까지 3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데이지 할머니의 캐릭터는 가상으로 창조된 것이지만, 목소리 모델만큼은 개발팀원 중 한 명의 실제 할머니에게 부탁해 함께 차를 마시며 나눈 대화 속 목소리를 사용해 합성했다고 한다. 진짜 할머니처럼 얘기하려면 진짜 할머니가 얘기해야지, 전문 성우들로는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다고 생각한 듯. O2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보이스피싱을 예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마케팅 하나 만큼은 제대로 했다.
쿠팡이 제일 싼 이유
올해 최악, 어쩌면 최근 10년 내 최악의 이커머스 악재가 될 티메프 사태가 벌어진 뒤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삶도 많이 달라졌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가 쿠팡과 네이버로의 쏠림일 텐데, 대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이 판매자들을 쿠팡과 네이버로 내몰았다.

문제는 쿠팡의 가격 정책. 이 회사는 최저가 정책을 고수하는데, 경쟁 이커머스보다 쿠팡 판매가격이 같거나 낮지 않으면 입점 퇴출도 불사할 정도로 공격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쿠팡에서 물건을 사면 적어도 다른 곳보다 비쌀 일은 없다는 편한 일이지만, 판매자 입장에선 피를 말린다. 매출 대부분이 쿠팡에서 나오는데 퇴출되면 큰일이기 때문. 문제는 11번가나 옥션 같은 곳에 10% 정도 비싼 가격을 매겨뒀는데, 이런 플랫폼들이 자체 비용으로 15%할인을 일괄적으로 때릴 때다. 역시 11번가나 옥션 소비자 입장에선 싸니까 좋지만, 판매자들은 자기가 가격을 높여뒀는데도 갑자기 쿠팡에서 제품이 내려가면 황당해진다. 해명하고 복구될 때까지의 시간이 며칠 걸리는데 마침 그 때가 대목이라면 손실은 더 불어난다.
그래서 쿠팡을 주력 채널로 삼는 많은 판매자들이 다른 플랫폼 가격은 아예 쿠팡보다 두배씩 비싸게 책정한다는 얘기다. 이래야 제아무리 경쟁 채널이 가격 할인을 한다 해도 쿠팡의 최저가 조건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영업 활동은 결국 대형 플랫폼으로 더욱 쏠리는 현상으로 이어질 테고, 그만큼 판매자들의 플랫폼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객에게 좋은 건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는 아마존식 사업 방식에 바이든 정부 시절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No more"라고 경고했던 이유도 이런 탓.
메타가 지구를 한바퀴 휘감는다
지구 한바퀴의 둘레는 약 4만km.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모회사)가 이 정도 길이의 해저케이블을 바다 밑에 직접 설치할 계획이다. 우리가 평소에는 공기처럼 잘 느끼지 못하는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데이터의 99%는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동한다. 스타링크 같은 위성인터넷이 세계를 우주에서 연결한다고 해봐야 그 기여는 아주 미미한 수준.
해저케이블은 1850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을 연결하는 전선이 그 첫 시작이었는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영상과 다양한 정보를 실어보내는 능력은 없었고, 전보를 보내기 위한 몇 글자를 전송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후 200년도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지구 반대편의 지인들과 실시간 영상 회의를 하고, 스포츠 중계를 전송하며,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킨다. 이게 겨우 2~5cm 굵기의 얇은 광섬유 전선에 위태롭게 의존하는 일.

하지만 얇은 전선이라 해도 태평양과 대서양을 가로지르려면 쉽지 않은 일이라 지금까지는 세계 대형 통신사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전선과 선박, 잠수함을 구입해 함께 해저케이블을 설치했다. 여기에 처음 변화를 준 건 구글이었는데, 처음엔 통신사 컨소시엄에 자기들도 끼워달라 하더니 최근 10년 사이엔 구글의 자본만으로 직접 설치하는 해저케이블을 급격히 늘렸다. 통신사들이 어지간한 빅테크들에게는 망사용료를 내라며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구글에겐 별 소리 못하는 게 구글은 자체 통신망을 갖고 있어서 통신사의 협박을 별로 심각하게 듣지 않기 때문이다.
메타도 이걸 유심히 지켜보다가 직접 케이블을 깔겠다고 나선 것. 아래 그림처럼 세계를 W로 휘감는 케이블이 될텐데, 미국 동부 해안에서 시작해 남아공을 거쳐 인도를 지나 호주를 통과한 다음 미국 서부로 오는 경로다. 이 경로의 장점은 분쟁이 잦은 지역을 다 피한다는 것. 위에 있는 기존 해저케이블 지도를 보면 대부분의 경로가 북반구에 집중돼 있다. 미국과 유럽, 미국과 동아시아, 유럽과 아시아 등 인구밀집 지역에 비용효율을 위해 최단거리로 설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트해 해저케이블이 끊어졌는데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중동에서는 후티 반군의 테러로 해저케이블에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를 지나는 말라카 해협은 세계 최대의 해적 활동지로 악명이 높다. 즉, 대부분의 케이블이 지나는 바다에서 케이블이 끊어질 확률도 가장 높다. 메타의 케이블은 의도한 것처럼 이런 지역들을 모두 피한다.
너무 나간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관측들이 나온다. 첫째, 분쟁이 심해져서 케이블 단선이 빈번해지면 이젠 메타가 통신사에게 망사용료를 내는 대신 우회 트래픽 경로가 당장 필요한 통신사들이 메타에게 망사용료를 내게 될 수 있다.(이미 구글은 일부 이런 우월적 지위를 확보했다.) 둘째, 이 경로는 미국과 인도를 잇는 최단거리 통신망이다. 즉, 데이터센터와 기술 인재, 안정적 정치상황 등을 갖춘 인도의 테크 시장을 미국의 메타와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케이블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100억 달러, 한화로 14조 원 규모다. 23년 LG유플러의 매출(이익 아님) 전체가 약 14조 원 정도 된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따지면 통신3사가 3년 동안 버는 이익을 전부 투자해도 100억 달러가 못 된다. 어마어마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