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
by 김상훈

그러니까 평범한 성인은 잘 달릴 줄 안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한 때는 아기였다. 어린 시절에는 뒤뚱거리며 일어서다 반복해서 넘어졌고, 아장아장 걷다가 무릎이 까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잘 달리는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 책은 지금의 컴퓨터 기술들도 막 벽을 잡고 일어서던 아기처럼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오늘날의 눈부신 성능까지 발전해 왔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쉬운 설명들을 통해 모든 알고리즘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던 건 물론 좋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건 마지막 단락이었다. 이렇게 무엇이든 다 해결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컴퓨터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조금 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단락의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컴퓨터는 반드시 못 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뭘 할 수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아니다. '반드시 못 하는 일'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단락을 읽으면서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게 컴퓨터에게 존재한다면 그건 그 자체가 바로 이런 계산하는 기계를 만들어낸 사람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인식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는 처치-튜링 명제라는 명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효과적으로 계산 가능한 알고리즘이 존재한다면 기계는 그 알고리즘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쏭달쏭한 얘기지만 인간이 고안할 수 있는 유효한 계산식은 기계 또한 계산할 수 있다는 내용이고, 이는 기계가 계산할 수 없는 한계란 건 인간 또한 고안해 낼 수 없다는 대우로도 성립한다.
자, 이렇게 생각해 보자. 기계가 계산할 수 없는, 그러니까 컴퓨터가 풀 수 없는 문제는 존재한다. 이미 증명이 됐다. 그렇다면 인간의 한계도 존재한다. 즉 우리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럴 때 늘 등장하는 얘기가 초월자의 존재다. 신 말이다. 그러니 조금 더 나아가보면 어떨까. 인간에게 한계가 있고, 인간은 풀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을 신의 컴퓨터라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신의 컴퓨터인 인간이 풀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건 신 또한 한계가 있다는 얘기 아닐까. 수학과 논리와 알고리즘의 세계는 참 재미있다. 사변에 잠기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