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ing Compiler

윤윤수의 꿈

by

윤윤수라는 사람 알아요? 휠라를 인수하신 분. 처음엔  이탈리아 본사에 찾아가 '한국에서 당신 회사 제품을 좀 팔아보겠다'고 제안했다죠. 그런데 이탈리아 애들이 한국이란 듣도보도 못한 나라에서 그런 제안이 왔으니 무시한 거에요. 그러자 이번엔 포기하지 않고 휠라USA를 찾아가서 제안했어요. '미국에서 받은 제품 중 일부만 나한테 넘기면 내가 한국에서 팔아다 줄게' 하고요. 미국인들은 이탈리아인들보다 도전적이잖아요. 새 기회가 생긴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어디 한 번 해보라고 했죠. 그렇게 윤윤수가 휠라를 한국에 들여와서 팔기 시작하자, 그것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팔자 갑자기 휠라USA 매출이 확 오르기 시작한 거에요. 이탈리아 본사에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죠. 미국에선 한국의 윤윤수라는 사람 덕분이라고 했죠. 그 다음엔 윤윤수가 지사를 내고 휠라코리아를 세워서 이탈리아 본사 물건을 직접 팔았어요. 엄청나게. 그 뒤 아예 휠라 본사를 인수했어요. 한국에서 외국 기업 지사장을 한다면, 그 정도는 했으면 합니다. 지금도 직원들에게 말해요. '여러분, 그냥 외국 기업 직원으로 살지 말고 저와 함께 윤윤수의 꿈을 꿉시다'라고요. 한국에선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예전에 동창회가 있었다. 경영학석사 과정 동창회였으니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동창 분 가운데 월급쟁이로 시작해 대표이사가 되신 분이 나오셨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장. 즐겁게 술잔이 몇 순배 돈 뒤 한 말씀만 해주십사 부탁드리자 해주신 말씀이 위의 얘기다. 윤윤수의 꿈.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조건, 합리적인 기업문화를 자랑하긴 하는데 가끔 불만을 내뱉는 경우가 있다. 그 불만의 대부분은 '본사가 시키는대로'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늘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때 가장 행복하게 마련인데 언어장벽이 있고, 시차 탓에 의사소통까지 더딘 먼 곳의 본사 사람들로부터 휘둘린다는 느낌을 받으면 행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면 결국 그냥 주는 돈이나 열심히 받고, 시키는 일이나 하자는 수동적 생각을 하기 쉬워진다. 그런데 그런 환경에서 누군가는 자족하는 대신 상자를 벗어나서 생각한다. 그게  '윤윤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