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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대신, 가뭄을 주는 구름(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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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구름이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의 그 구름(cloud) 얘기다.

인공지능(AI) 열풍 때문에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었고, 데이터센터가 잡아먹는 전기가 어마어마해서 지역 정전까지 걱정할 상황이란 얘기가 계속 나온다. 갑자기 소형원자로 산업이 주목을 받질 않나, 소형원자로 조차도 도입을 결정해서 가동할 때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니 그 사이를 채우기 위해 태양광발전만이 대안이라질 않나, 전기 관련한 얘기는 끝이 없다.

하지만 물은 전기 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데이터센터의 전기는 반도체를 돌릴 때에도 필요하지만, 열심히 계산을 하느라 열을 잔뜩 뿜어낸 반도체를 식힐 때도 사용된다. 에어컨을 돌려 더워진 반도체를 식히는 방식이다. 비효율적이니 사람들은 더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데이터센터를 추운 곳에 짓는다거나, 심지어 바다속에 짓겠다는 아이디어가 이래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찾아낸 현재의 가장 비용효율적인 냉각 방식이 냉각수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개의 원리는 이렇다.

  • 에어컨을 수냉식으로 돌린다. 공기를 직접 냉매로 식히는 대신, 찬 물을 만들어 공기를 식히는 방식이다.
  • 우선 데이터센터 전역을 휘감는 냉각코일을 설치한 뒤 중앙냉각기에서 물을 냉각해, 차가워진 물을 코일로 보낸다.
  • 찬 물은 센터를 휘돌며 공기를 식히고, 열을 머금는다. 이렇게 더워진 물은 센터 외부의 냉각탑으로 보내진다.
  • 냉각탑은 외부 기온으로도 냉각수 온도를 낮추지만, 더 빨리 더 많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일부 물을 증발시킨다. 기화열을 빼앗기도록 해 전기는 아끼지만, 당연히 이만큼의 물은 하늘로 증발된다.
  • 구글의 데이터센터는 (단 한 곳 기준으로도) 이런 냉각수로만 하루 210만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올림픽 경기를 여는 국제규격 수영장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 양이다.
  • 추운 지역은 건조한 날이 상대적으로 많게 마련이다. 가습에도 물이 사용된다. 건조한 환경은 정전기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데이터센터의 민감한 부품들을 망가뜨린다. 냉각수보다는 적지만 상당한 물이 이렇게 습도를 높이는데 사용된다.

물 사용을 줄이려면 물을 재활용하면 되지 않느냐 물을 수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다. 일부 증발도 거치고, 긴 코일 사이를 흐르기도 하면서 냉각수에는 조금씩 미네랄이 쌓여간다. 즉, 물의 농도가 점점 짙어진다. 어느 순간에는 미네랄이 코일을 막을 수도 있고, 전기가 너무 잘 통하게 된 물이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한두번 재활용은 할 수 있어도 몇 번 돌리면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재활용까지 할 수준의 물은 깨끗한 물이어야하는데, 그게 어지간한 데이터센터가 식용수를 냉각수로 사용하는 이유다. 물은 그 자체로도 귀하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은 훨씬 더 귀하다.

이런 식의 계산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유럽인은 1인당 하루 평균 3리터의 물을 소비할 계획이다. 현실에서 마시는 물 얘기가 아니다. 유럽인이 사용하는 인터넷 사용량을 데이터센터 용량으로 역산해 냉각수에 사용되는 물의 양을 계산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즉, 우리는 조만간 마시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반도체를 식히는데 쓰게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혐오시설이라 생각했던 시설들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엔진들이 연기를 뿜어내는 제조공장이나, 유독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화학공장, 먼지가 휘날리는 광산 등이었다. 데이터센터는 다르다. 겉으로 보기엔 깨끗하다. 가끔 피어오르는 연기도 수증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수증기가 인근의 물을 빨아들이고, 지역에 가뭄을 불러온다.

데이터센터의 평균 수명은 10-20년 정도. 기술 발전의 속도와 효율성의 경제논리 때문에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센터는 다시 리노베이션되거나 버려지게 된다. 즉, 10-20년 비트(bit)를 채굴하는 광산을 건설하고 자원을 뽑아쓸만큼 뽑아쓰면 버려버리는 셈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열을 올리는 빅테크 기업들은 나무를 더 많이 심고, 숲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 나무에 줘야 하는 물을 말려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