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잡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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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잡지는 영원히 옛날의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될
겁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모범 답안이 나왔으니까요. ‘와이어드 매거진’이
오늘 아이패드 판형을 새로 선보였습니다. 와이어드는 기술과 기술이 바꾸는 문화에
대해 수준높은 기사를 써 왔던 미국의 유명 잡지입니다. 이 잡지는 모르시더라도
아마 이 잡지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쓴 ‘롱테일 경제학’이라거나 ‘프리'(Free)와
같은 책은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와이어드는 이날 아이패드판을 만들면서
기존의 종이 잡지가 가진 제약을 훌훌 털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터넷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종이 잡지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고스란히 살려냈습니다. 아이폰을 쓴지 6개월, 아이패드를
쓰기 시작한지도 한 달이 됐지만 애플리케이션 하나 내려받았다고 블로그에 글을
써보는 건 저도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에서 와이어드 매거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실행시키면
나오는 첫 페이지는 위의 사진과 같습니다. 픽사는 어떻게 토이스토리3을 만들었느냐에
대한 얘기죠. 윗 사진 왼쪽 하단의 검은색 ‘Play(>)’ 버튼을 누르면 토이스토리3의
한 장면이 재생됩니다. 와이어드만을 위해 픽사에서 따로 공개한 짧은 비디오클립이죠.
첫 페이지부터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물론 각 기사의 제목을 누르면 당연히 해당
기사 페이지로 화면이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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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영화 예고편 정도가 전부가 아닙니다.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기사입니다. 나인인치네일즈(록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시라면 NIN이라고만
말해도 다 아실 겁니다)의 트렌트 레즈너가 음악을 녹음하는 스튜디오에 대한 기사입니다.
레즈너는 과연 음악을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기사로 아무리 써봐야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와이어드는 각 단계를 그냥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각 숫자 옆의 스피커처럼 생긴 그림을 건드리면 각각의 단계에서 이들이 작업하는
사운드가 흘러나옵니다. 뮤지션의 스튜디오를 옆에서 엿보는 느낌, 또는 프로의 작업실에
선생님과 함께 견학가서 현장수업이라도 받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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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페이지를 넘기는 부분입니다. 잡지는 한 꼭지의 기사가 많은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와이어드 매거진은 조금 다른 스크롤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별개의 기사와 기사 사이를 이동할 때는 책을 넘기듯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릭 넘기면 되고, 같은 기사에서 이동할 때는 인터넷 페이지를
보듯 위아래로 페이지를 스크롤하면 됩니다. 긴 페이지들이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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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하는 기사를 바로 찾아볼 수 있는 메뉴 기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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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이패드 에디션이기에 가능한 인포그래픽입니다. 기존의 신문과
잡지는 어떻게 하면 기사 외에 다른 정보를 잘 시각화해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정보(information)와 시각요소(graphic)를 결합한
인포그래픽입니다. 보시는 건 기존에 인류가 어떻게 화성을 찾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인포그래픽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화성탐사선의 역사가 화성의 공전과
함께 광활한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아래에 있는 스크롤바를 좌우로 휙휙
훑으면 120페이지가 넘는 와이어드매거진을 순식간에 휘리릭 넘겨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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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모델도 눈에 띕니다. 하이네켄 광고는 세로 모드로 볼 땐 하이네켄이란
말이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가로로 돌려보라는 그림만 나올 뿐이죠. 가로로
돌리면 그제서야 하이네켄이 등장합니다. 재미있어서라도 아이패드를 가로로 돌려서
광고를 보게 됩니다.
GE의 광고는 예전같으면 밋밋한 사진만 있었을 잡지 광고를 바꿔놨습니다. 가운데
사진을 클릭하면 동영상 광고가 등장합니다. 잡지구독자 수가 TV시청자 수에는 못
미치니 TV 광고보다 도달률이야 떨어지겠지만 집중도는 훨씬 높을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휴대기기의 특성이 "누가 들고다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니,
이제 이런 광고 모델에 광고주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당연히 콘텐츠에 붙는
광고의 단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야 하는 일도 그렇고, 관심분야도 이쪽이니 와이어드를 챙겨봤지만
사실 이 잡지는 디자인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합니다. 우리 회사 디자이너 선배도 오직
와이어드의 잡지 디자인을 참고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이 잡지를 정기구독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와이어드 매거진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잡지가 인터넷판처럼 인터랙티브하게 변한다는
건 정말 큰 매력입니다. 게다가 정기구독자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도 무시못할
장점입니다.
요즘은 가격 정책이 어찌됐는지 모르겠는데 제 돈으로 정기구독할 때는 1년치(12권)
받아보는 비용이 배송료까지 포함해(사실 배송료 때문에) 15만원이 넘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 뒤에는 회사의 해외잡지 신청프로그램을 통해 정기구독을 했죠. 그런데
그렇게 와이어드를 보면 주요기사, 화제가 되는 기사는 이미 온라인에서 다 보고
난 뒤 종이잡지로는
한참 지난 후에야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구독료도 훨씬 저렴해졌고(권 당 4.99달러) 일주일에서
보름씩 뒤늦게 보게 될 일도 없어졌습니다.

 

한 번 이렇게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생기면 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미국 잡지들은 계속해서 이런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 겁니다.
와이어드는 굳이 아이패드만이 아닌 다른 모든 비슷한 태블릿 형태의 장치에서 이런
형태의 잡지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아마존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삼성전자도,
HP도 모두모두 좋은 기계들을 만들어내 시장을 더 성장시켰으면 합니다. 그러면 한국의
잡지사들도 이런 잡지를 만들기 시작하게 될 테고, 그게 아마도 우리가 사랑했던
활자매체의 디지털 르네상스를 가져올 거의 유일한 대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잡지의 미래”의 7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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