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불안한 미래

어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한게임 등을 운영하는 인터넷기업 NHN의 실적발표일이었습니다. 오전 8시에 공시한 실적 자료와 9시부터 진행된
투자자 대상의 컨퍼런스콜을 열심히 보고 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한국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터라 국내에서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다 그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곤 합니다.

 

 

어제 실적 발표를 보면서 몇 가지 사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첫번째는
많은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NHN이 이 의문에 속시원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번째는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불안한 점이 꽤 많다는 사실이었죠. 신문 지면에도
관련 기사를 썼지만, 공간이 제한돼 있어 제대로 못 쓴 얘기도 많았습니다. 하나하나
다시 적어보죠.

 

1.
분사의 기대 효과

 

NHN은 5월 초에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이라는 자회사를 하나 신설합니다. NHN의 기계 설비 관리 및 광고영업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떼어낸 거죠. 2분기 실적은 NBP 분할 후 약 두 달(5월과 6월)의 결과가 반영된 첫
실적입니다. 그 결과 분할 후 NHN의 매출은 약 200억 원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분기보다 소폭 늘었습니다. NBP가
담당하는 NHN의 기계장치 구입과 감가상각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분기당 수백억
원에 이르죠. 이게 빠지면 그만큼 고스란히 이익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2분기 NHN의 영업이익률은 42.9%, 순이익률은 34.1%였는데,
분할 전 기준으로 NBP의 실적까지 합산해 계산하면 이익률은 각각 약 3%포인트씩 줄어듭니다.
‘착시 현상’이 생기는 거죠.

 

2.
취약한 지배구조

 

그럼
왜 분할한 걸까요? 이유는 NHN의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NHN은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지분이 5.1%
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11.7%에 불과합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은 48%고 기타 주주도 언제 어느 편에 붙을지 모르는 소액 주주가 대부분입니다. 우호지분이라고
불러줄만한 연금관리공단의 지분도 겨우 5%, 실적이 나빠져 주주 가치가 훼손되면 언제든 다른
주주들이 현 경영진에게 물러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매출액보다는 이익률과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것이
NHN이 NBP의 분할로 이익률을 지키려는 이유라고 보입니다.

 

3. 불안한 광고 클릭률

 

주가는
매출액보다 이익률과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라고 했는데, NHN은 이익률은 지켰지만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입니다. 매출의 50% 이상이 검색광고에서 나오는데, 세계적으로
검색광고의 ‘클릭률’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죠. 인터넷 광고가 한 물 간다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계속 범람해 온 인터넷 광고에 점차 적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색 광고란 것이 사용자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결과와 함께 나타나는 광고를 뜻합니다.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검색결과의 일부’인 줄 알았습니다. 자연스럽게 클릭을 하곤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이 된 소비자들은 이것이 광고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클릭률 저하는 당연한 추세죠.

 

황인준 NHN
CFO는 “클릭률 하락은 아주 소폭이어서 큰 영향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검색광고업체 더블클릭에 따르면 검색광고 클릭률은 일반적으로 0.1% 내외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검색광고업체들은 0.01%의 클릭률을 높이려고 경쟁을 벌입니다.
소폭 하락이 큰 문제인 시장이 바로 검색 광고 시장입니다.

 

4.
한게임 규제 가능성

 

게임 사업부인 ‘한게임’의 사행성 논란도 문제입니다. NHN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20%가 포커, 고스톱 등 사행성 논란이 있는 ‘카드 게임’입니다. 한게임은 이
때문에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행화 방지를 위한 행정지도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NHN은 게임 종류를 늘리고, 게임 배급 사업도 시작해 사행성 게임 비중을 줄이겠다고
합니다. 그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카드 게임의 비중이 워낙 크고,
하루 아침에 비중을 확 줄일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NHN은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회사입니다. 올해는 1조5000억 원 쯤 벌어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라면, 3000억
원에 가까운 돈입니다. 왠만한 중견기업의 매출액을 포커와 고스톱으로 벌어들이는
현실이 아마도 NHN으로서는 늘 감추고 싶은 치부일 겁니다. 게다가 이런 사실을 규제
당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행정지도 때에는 매출이 두 달 정도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규제에 휘둘리는 사업을 벌인다는 건 기업으로서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주주들도 유쾌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죠.

 

5.
외국 기업들은 어찌 할까?

 

검색 클릭률이 낮아지는 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해외 유명 인터넷 기업들에게도 동일한 문제입니다. 이들은 이 위기를 대규모 투자나 기업간 합종연횡,
신기술 개발 등으로 해결합니다. 구글은 검색 엔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를 관리합니다. 수많은 컴퓨터와 이들을 연결하는 통신 설비가 있는 대형 인터넷 센터가 대표적인
사례죠. 구글은 이 대규모 설비의 일부를 기업에게 빌려주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신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정했습니다. 기업들이 IT 설비에 투자하는 대신 구글의 설비를 빌려 쓰라는 거죠.

기업들은 설비투자 비용을 아끼고, 구글은 사용료 매출이 늘어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포스트를 참고하세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는 최근 10년 동안 검색 기술 및 광고 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계약했습니다. 야후의 핵심 직원 400여 명이 MS로 아예
자리를 옮겨 검색 기술을 개발한다고 하니, 사실상 합병에 가까운 협력안입니다. 검색 시장 1위인 구글과 맞서기 위해
또 다른 두 공룡이 손을 잡은 거죠.

 

6.
NHN의 선택은?

 

NHN에게도 여력은 있습니다. 이
회사의 1분기 말 현금 보유액이 2800억 원입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겐 작은
돈이겠지만, 이 정도면 한국에서는 인터넷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만한 엄청난 금액입니다.
하지만 NHN은 그동안 이런 엄청난 현금을 미래에 대한 투자 대신 다른 데 썼습니다.
바로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쓴 거죠. 2007년과 2008년에만 각각 약 2800억 원이 자사주 매입에 들어갔습니다.

미래로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주주를 만족시키는 데 돈을 쓴 거죠.

 

그렇다고
NHN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인수합병(M&A)이나 제휴를 통해서 성장동력을 마련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말 큐브리드라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업체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NBP를 분사할
때까지 15개이던 계열사 수를 29개까지 단숨에 늘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기업
계열사의 대부분은 인수가격이 수억~수십억 원 대에 불과한 작은 벤처기업이었고, NHN의 사업부문을 분사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사람들은 350억 원을 주고 검색엔진 벤처 ‘첫눈’을 인수했던 사례를
얘기하지만, 그건 벌써 3년 전 얘기입니다. 요즘 NHN은 그런 비싼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매출은 그 당시보다 두 배 가량 늘었는데도 말이죠.

 

한국
최고, 최대의 인터넷 기업이 멋진 서비스와 탁월한 기술력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아마도 누구나 비슷할 겁니다. NHN이 쉽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대부분의 위대한 기업들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혁신적인
신기원을 마련해 위기를 돌파하며 지금의 위대한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NHN의 경영진들도
그런 신기원을 마련해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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