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주소록

한국에서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라는 게 싸이월드를 제외하면 그다지 활성화된적이 없지만,(이렇게 간단히 말하기엔 싸이월드가 몹시 대단한 서비스긴 하지만) 해외에선
SNS 때문에 요새 난리입니다. 그중에서도 페이스북의 성장은 가장 두드러집니다. 사용자가
벌써 3억 명이 넘었고, 구글과 경쟁해 승리할 수 있는 다음 기업이 페이스북이라는
예측도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페이스북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관계망입니다. 수많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유용한 정보를 추천하며, 인터넷의 가능성을 발전시키죠.
비유하자면 구글 사용자들은 열심히 맛있는 음식점 정보를 찾아보고 직접 그 음식점을
방문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반면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단순히 친구가 추천한 맛집에 가는 사람들이죠. 구글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더 높을지는 몰라도,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처럼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지
않습니다. 좀 더 믿을만한 정보를 위해 구글에서 검색을 하긴 하지만, 믿을만한
친구가 ‘저게 괜찮더라’고 추천해준다면, 그게 더 편하게 마련이죠.

 

이렇게 대단한 페이스북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요? 전 ‘주소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모토로라가 ‘클릭'(CLIQ)이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휴대전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모토블러’라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기 시작했죠. 별 건 아닙니다. 그냥
휴대전화 첫 화면에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트위터, e메일, MSN메신저, 문자메시지 등이
주루룩 뜨게 만든 겁니다. 삼성이 햅틱 휴대전화 만들면서 대단한 걸 만든 마냥 자랑하던
‘위젯’과 비슷한 기능이죠. 중요한 건 이런 다양한 SNS를 주소록과 연결시켰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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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라 클릭(CLIQ)

 

휴대전화는 몹시 개인적인 단말기입니다. TV는 온 가족과 공유하고, 컴퓨터도
간혹 공유할 일이 있지만, 우리는 휴대전화를 남들과 나눠 쓰지는 않습니다. 세상에
오로지 나만을 위한 전자기기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몇시간씩 빌려줄 일이 없는
기기가 있다면 그게 바로 휴대전화니까요. 그리고 휴대전화에 있는 주소록 또한 나의
가장 중요한 개인 정보입니다. 전화할 일이 있는 사람이란 싸이월드 일촌보다도 훨씬
중요한 사람이게 마련입니다.
모토블러는 여기에 착안해서 주소록과 SNS를 결합시켜 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페이스북에 "아 나 오늘 몹시 우울한 상태"라는 글을 올렸다고 해보죠.
그러면 친구들의 휴대전화에 철수가 우울한 상태로 업데이트됩니다. 친구 영희는
"왜 우울하니?"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길동이는 MSN메신저로 안부를 묻는
겁니다. 철수는 영희와 길동이처럼 자신을 위로해주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에 고마워서
트위터에 "모두 나를 생각해줘서 다시 행복해졌다"는 내용을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어떤 서비스에도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휴대전화니까요.
나는 늘 모든 서비스에 로그인 돼 있고, 온라인 상태인 것이죠.

 

이렇게 되면 제조사에게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생깁니다.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정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페이스북의 가장 큰 자산이었던
‘사용자 관계망 정보’를 이젠 휴대전화 제조사도 갖게 됩니다. 게다가 GPS라는
기능은 제조업체에게 또 다른 중요한 정보를 줍니다. 바로 사용자들의 위치정보죠.

 

페이스북의 가장 큰 발전 가능성은 바로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 자체였습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관계망 정보를 다른 업체들에게 제공할테니 누구든 페이스북에 들어와 장사를
벌여보라는 것이죠. 이러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사용자들이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래시게임부터 시작해서 동료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업무용
도구까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페이스북에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상인이 백화점을
마다할리 없고, 백화점은 입점 수수료만 챙겨도 짭짤한 셈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한다면 어찌 될까요? 페이스북만 쓰는 게 아니라, 이 시장에선
페이스북도 쓰고, 마이스페이스도 쓰고, 싸이월드도 쓰고, 메신저도 쓸 수 있으니
이 모든 걸 다 이용하시라고 프로모션할 수 있겠죠. 게다가 "여러분 가게 앞을
걸어가는 손님들에게 광고를 해보세요"라는 식의 서비스까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토로라나 삼성전자가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서비스업체가 쉽게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조사들은 넘기 어려운 벽이 분명히 있고, 오히려 이런 식의 제조사들의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휴대전화 OS를 만드는 구글(안드로이드)이나 애플(아이폰),
마이크로소프트(윈도모바일) 등만 배불리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제조사가 모아놓은
정보를 소프트웨어 업체가 가공하는 거죠. 또 이동통신사들도 제조업체들의 이런
시도에 어떻게든 대응할 겁니다. 자칫하면 통신사들은 망만 빌려준 채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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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판도가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더이상 인터넷을 지배하지
못합니다. 페이스북이란 강력한 경쟁자가 있으니까요. 또 인터넷 업체들만 새로운
인터넷 시장에서 활개를 치는 건 아닙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발을 들여놓은
기업들이 있으니까요. 대표적인 곳이 바로 휴대전화와 콘텐츠, 서비스를 결합시켜낸 애플입니다.
여기에 제조사들도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모토로라의 변화가 그렇고, 어제 ‘바다’라는
플랫폼을 내놓은 삼성전자가 그렇습니다. LG전자도 모토로라 방식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통해 이뤄지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이제 성숙 단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언젠가 오리라 생각했던 ‘모바일웹’의 시대가 어느새 눈앞에 와 있다는
생각입니다. 모두가 모두와 경쟁하는 이런 시기가 기업들에겐 기회일 것이고, 소비자들에겐
다시 한 번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꿀 계기이겠죠. 생각해 보세요. 불과 5년 전인
2004년, 우리는 네이버 없이도 정보를 잘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싸이월드같은 거 몰라도
친구들 소식을 잘 전해들었습니다. 유튜브같은 거 몰라도 우리 아이들의 동영상을
차곡차곡 쌓아뒀습니다. 이젠 달라졌습니다. 이런 서비스 없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신가요? 전 상상하기 힘듭니다. 미래도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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