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전쟁, 그리고 상호확증파괴 MAD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공방이 뜨겁습니다. 애플이 삼성의 디자인을 문제삼더니, 삼성은 애플의 기술 특허를 걸고 넘어졌습니다. 애플은 노텔의 특허를 사들이면서 기술 특허에 맞섰고, 삼성은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매우 일상적인 것이라며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독창적이라면 세상의 세단 승용차는 한 업체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맞받습니다. 뒤에는 더 복잡한 얘기가 많습니다. 애플은 사실상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견제하려는 생각이고, 여기에 안드로이드를 견제하고 싶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어들어 애플과 손을 잡습니다. 그러자 애플도, 안드로이드도 싫은 노키아가 무대에 올랐고, 그 과정에서 구글의 ‘가장 약한 에이전트’ 격인 대만의 HTC가 집중 포화를 받습니다.
급기야 구글이 참지 못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냅니다. “안드로이드를 공격하는 모든 이들은 지금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겁니다. 구글은 또 “우리는 (특허를 출원하고, 사들이고 있지만 이를 이용해) 다른 기업에 대해 특허침해 소송을 건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자 비난이 들끓습니다. IBM 특허를 잔뜩 사들이면서 특허 소송을 아직 한 번도 안 걸었다고 얘기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비난, 과거 경매에 다 참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 원래 구글은 역사가 짧아 보유 특허가 적기 때문에 당하는건데 경쟁사들은 수십년 동안 노력해 온 지적재산을 인정받는 것 뿐이라는 반론…

2005년, 재미있는 글이 LA타임즈에 실린 바 있습니다. 로렌스 레식 스탠포드 법대 교수의 “천 개의 구글이 꽃피게 하라”는 칼럼이었습니다. 구글이 ‘구글북스’라 불리는 도서 스캔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때의 일이었죠. 출판사와 저자들은 반대했지만 레식 교수는 감탄했습니다.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편하고 민주적인 방법을 열어주겠다는 계획인데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구글이 베스트셀러나 권리가 명확한 책을 스캔한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구글은 도서관의 책들을 마구잡이로 스캔했습니다. 물론 이를 인터넷에 모두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책의 일부만을 검색하도록 해 합법적 구입을 도왔죠. 하지만 수십만 권의 책의 저자를 일일이 찾아 책을 스캔한다는 허락을 얻은 것도 아니고, 책의 일부를 보여주는데 동의를 얻은 건 더더욱 아닙니다. 공익을 위한다는 게 구글의 주장이지만, 지적재산권은 애초에 공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입니다.

이런 걸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Gridlock Economy)의 저자 마이클 헬러 교수는 ‘미활용'(underuse)이라고 표현합니다. 수십만 권의 책들 가운데 상당수의 책들은 아무런 경제적 가치도 갖지 못합니다. 팔리지도 않고 읽히지도 않으니까요. 구글은 여기에 검색될 수 있는 기회와 판매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활용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죠. 하지만 활용을 위해서는 개별 저작권자를 모두 만나야 합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구글이 법률적 위험을 무릅쓴 이유입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지적재산권을 엄격하게 제한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입니다. 지적재산권의 시효는 점점 늘어납니다. 레식 교수는 그래서 새로운 방안을 소개합니다. 5년마다 지적재산권 시효 연장을 요청하지 않는 저작권자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을 말소시키자는 겁니다. 인터넷과 전화가 뒤덮은 세상에서 이는 그리 어려운 과정 없이도 연장 신청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1년 뒤, 레식 교수의 당황스러움과 구글을 위한 변명은 엉뚱한 곳에서 또 촉발됩니다. 과학소설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뉴욕타임즈 칼럼은 호모시스테인 검사라는 심장병 진단 방법을 얘기합니다. 심장병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콜레스테롤입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모든 원인은 아닙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라도 심장병이 발병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심장병을 검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아미노산의 일종이 호모시스테인 검사입니다. 하지만 이 검사는 특허로 보호받습니다. 호모시스테인 수치로 심장병의 위험을 찾아내는 의사가 있다면, 그리고 이렇게 심장병의 위험을 찾아냈으면서도 로열티를 내지 않았다면, 그건 불법이 됩니다. 지적재산권 침해죠. 생각에 대해 로열티를 매기는 특허라… 그 1년 뒤 크라이튼은 ‘생명에 매기는 특허'(Patenting Life)라는 칼럼을 또 씁니다.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전자에 특허를 신청하고, 유전자를 연구해 치료제나 검사법을 만드는 사람들을 특허 침해로 고소하면서 혁신을 가로막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였죠. 이건 아이폰을 쓸까, 안드로이드폰을 쓸까 고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었으니까요.

비슷한 일이 수없이 많은 분야에 존재합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야가 하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입니다. 인텔, AMD, ARM,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피니언… 반도체 산업 분야란 매년 수조 원의 돈을 투자라며 쏟아붓고, 이에 기반해 수조 원의 돈을 거둬들이는 기업들의 전쟁터입니다. 기술 발전도 그만큼 빠릅니다. 고든 무어는 ‘무어의 법칙’이라는 법칙까지 만들어 이 업계의 엄청난 속도경쟁을 묘사했을 정도입니다. 특허도 엄청납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기업들은 다른 경쟁 업체에 대해 특허소송을 상대적으로 적게 겁니다. ‘방어적인 특허 포트폴리오’ 덕분입니다. 충분히 큰 열강의 전쟁터에서 이들은 서로를 두려워해 방어적으로 특허를 사들였고, 그 덕분에 서로 불필요한 소송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냉전시대 서로의 무기가 두려워 전면전을 꺼릴 수밖에 없었던 미국과 소련 사이의 전쟁억지력을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라고 부릅니다. 비슷한 두려움이 반도체 업계의 불필요한 미활용을 막아줬던 겁니다.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지만 결국 지금의 스마트폰 업체들도 그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특허로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하다 수많은 특허를 나눠가지고 나면 열강 상호간의 싸움을 중단하는 MAD의 단계 말입니다. 구글이 IBM의 특허를 사들일 수밖에 없던 건 구글이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간 아쉽습니다. 좀 더 공격적으로, 좀 더 빠른 속도로 특허를 사들여야 할텐데 말이죠. 애플은 로드시스라는 특허괴물이 자신들의 개발자를 공격하려 들 때 바로 로드시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구글은 애플이 안드로이드 제조사를 공격할 때 그저 징징댔을 뿐입니다. 무기 없이 징징대는 쪽에게 두려움을 느낄 상대방은 어디에도 없게 마련입니다.

조용하게 빛나는 기업, HTC. 피터 초우 CEO 뒷북 인터뷰.

지난해 5월, HTC가 한국에 첫 스마트폰 ‘디자이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 때 피터 초우 CEO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30분, 하지만 그는 달변이었고, 많은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HTC라는 회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신문기사는 지면 한계 때문에 그 때 나눴던 이야기를 다 적기는 힘들었죠. 그래서 나중에 블로그에서 그 이야기를 소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당시 인터뷰를 적어놓았던 수첩을 잃어버렸습니다. 집안 정리를 워낙 안 하는 탓이었죠. 얼마 전 책 스캔을 시작하면서 아내가 책꽂이의 책들을 재분류하자 그제야 수첩이 발견됐습니다. 책 사이에 잘 꽂아놓았더군요. 1년도 더 전에 진행했던 인터뷰입니다. 하지만 HTC는 그새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보다 더 훌륭한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HTC는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을 갖는 회사지만, “말보다는 행동”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강조합니다. 장점을 설명해 달라고 하면 “장점은 금세 따라잡힌다. 중요한 건 진화능력”이라며 변화를 강조합니다. 이 회사를 움직이는 철학은 ‘레버리지’라고 합니다. 남에게 잘해주면 더 큰 보상을 받는다는 걸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죠. HTC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삼성전자처럼 부품을 직접 만들며 수직계열화를 이루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최고급 스마트폰들과 나란히 경쟁하는 제품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놀랍고, 이 인터뷰 기록을 다시 찾아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다음은 피터 초우와의 대화입니다.

– 슬로건이 독특합니다. 뜻이 뭔가요?
“‘Quietly Brilliant’라는 슬로건은 ‘위대한 일을 겸손한 자세로 해내자’는 우리의 다짐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일은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말로 중요한 일은 겪어내야만 하는 것이죠. 그래서 말로 설명하지 말고 우리의 제품도 위대한 경험처럼 제대로 만들자는 뜻입니다.”

– 그래서 제대로 만든 건가요?
“이런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주소록을 통합했고, 위젯을 만들었지요.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세조정(fine tuning)에 엄청나게 신경씁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디테일을 잡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지요. 우리에게 비젼을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우리는 비젼을 내세우는 회사가 아닌, 그냥 기술 회사입니다. 비젼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걸 내세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5년 전 우리는 임계점(threshold)에 도달했어요. 우리 브랜드란 게 없었고, 우리의 혁신적 노력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에겐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때 스마트폰이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그 기회를 잡았고, 여기까지 온 것이죠.”

– 운 좋게 앤디 루빈과 아는 사이여서 성공한 게 아니고요?
“사실 우리의 핵심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기술로는 최고에 이르겠다는 게 우리의 목표죠. 특히 통신기기용 기술에서 말입니다. 그게 바로 구글이 우리를 택한 이유입니다. 그전까지 업계에서 스마트폰을 만들려는 회사도 별로 없었고, 우리처럼 할 수 있는 회사도 사실상 없었습니다.(주: 컴팩 시절 컴팩이 만들던 iPAQ이라는 PDA를 OEM으로 만들던 회사가 바로 HTC였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도 유일한 선택이었어요. 사실 앤디 루빈이 제 친구이긴 합니다. 그것도 이유가 될 수는 있겠죠. 이렇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군요. 첫째, 우리의 이노베이션은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최고 기업 수준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둘째, 앤디가 우리가 그런 회사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다행이었죠. 셋째, 우리는 상황이 어려운 회사였습니다. 제로(0)에서 갑자기 무언가를 완성시켜낼 의지와 문화가 회사에 존재했던 거죠.”

– HTC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장점이란 건 시간이 지나면 경쟁자에게 따라잡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장점보다는 ‘진화능력’을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빨리 변하는 회사입니다. 부족한 게 있으면 금세 고칩니다. 구글이 우리와 일하면서 좋아한 건 우리의 이런 적응 능력이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스마트폰만 하니까 다른 사업에 시간을 나눌 필요도 없었죠. 구글이 원하는 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우리가 어느 순간 ‘넥서스원’을 만든 기업처럼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우리는 안드로이드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매우 깁니다. 초기부터 안드로이드 작업에 참여했어요. 2006년 초부터입니다. 당시 우리는 구글을 제외한 다른 기업 가운데 ‘안드로이드팀’ 인력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회사였습니다.”

– HTC는 대만 기업이지만 실리콘밸리 사람들과 친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구글은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퀄컴에 많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제가 DEC 출신인 덕분이죠. DEC는 큰 회사에요. 그게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같은 주요 회사의 사람들을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는 배경이 됐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걸 배우게 됐습니다.”

– 제조업체의 파트너십은 종속적 하청 관계 아닐까요?
“우리의 경영 철학은 ‘레버리지'(Leverage) 경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파트너 관계를 잘 가져가고, 파트너에게 언제나 그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주자는 겁니다. 우리가 더 많이 제공하면, 파트너는 더 큰 도움을 받죠. 그러면 당연히 그들도 나중에 우리에게 더 큰 걸 줍니다. 이걸 아까워하면 레버리지는 사라지게 됩니다.

– 애플은 원하는 걸 관철시키며 큰 성공을 거뒀는데요?
“애플과 우리를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파트너십이 우리 전략의 핵심이에요. 좋은 파트너 덕에 우리가 있습니다.”

– 말 나온 김에 애플이 HTC에 특허 소송을 걸었는데 어찌 보시나요?
“애플의 특허 소송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스마트폰을 만들어 왔어요. 우리가 이노베이션을 해내고, 산업에 기여한 측면이 상당합니다.”

– 한국 기업은 어떻게 보시나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경쟁사인데.
“한국 기업에 대해 얘기하자면 무엇보다 대단하다고 얘기해야겠네요. 한국 기업들은 한 분야에 집중을 합니다. 스스로 무엇을 갖고 있는지 냉철하게 파악하고는 자신이 가진 장점에 강하게 집중하죠. 놀라운 집중력입니다.”

– HTC 제품은 싸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습니다. 애플은 최고급 브랜드지만, HTC는 브랜드가 약한데도 싼 제품도 아니에요.
“HTC의 스마트폰은 샤넬이 아닙니다. 우리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원합니다. 페라리를 만들려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소비자에게 가치를 줍니다. 이 값에 이런 스마트폰이라면 살 만하다, 이런 제품을 만듭니다. 그래서 만드는 게 튼튼한(robust) 기기에요. 스마트폰은 손 안의 컴퓨터입니다. 험하게 굴리며 늘 휴대하는 제품인데, 이걸 고장나지 않게, 안정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휴대전화는 전파를 다루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기계입니다. PC는 아무나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주머니에서 굴리는 기계를 좋은 품질로 만드는 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노하우가 아니죠. 이런 측면에서 소비자가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우리가 가는 길은 늘 힘든 길입니다. 늘 도전이고, 늘 실패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나요? 도전이 우리 직원들을 움직이고, 저를 움직입니다. 동기부여란 도전에서 나오지, 현상을 유지하는 데서 나오지 않아요.”

외줄타기 광대, 팬택과 HTC

팬택을 볼 때면 외줄 위에 올라 탄 광대가 연상됩니다. 불행하게도 이 광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곡예를 벌이는 게 아니라 끝없이 긴 줄 위에 올라 땅 위에서 달리고 있는 경쟁자들과 마라톤 경주를 하는 운명입니다. 게다가 두 발을 땅에 디딘 경쟁자와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잠깐만 한 눈 팔고 딴 짓을 하면 순간 기우뚱거리며 줄에서 떨어져야 합니다.
그게 이 회사의 운명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대기업이 벌이는 사업 영역에 들어가 함께 경쟁하겠다고 나선 모든 회사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처절합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절절한 ‘한’ 같은 게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 좋은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경영에도 과학적 분석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며, 창의성마저도 좋은 시스템으로 관리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얘기보다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나 한 잔 기울이면서 어깨 두르고 의기투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중요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순간입니다. 팬택은 바로 그런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회사입니다. 지금까지 그들이 겪어온 고난이 안타깝기 때문에 앞으로는 성공하기를 빌어주고 싶은 회사죠.

팬택은 아이폰처럼 소비자가 사랑하는 제품도 만들지 못하고, 삼성전자처럼 공들여 관리한 프리미엄 브랜드도 없습니다. LG전자처럼 어려울 때 뒤에서 도와줄 그룹 계열사도 없죠. 그래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보겠다고 엔지니어도 잔뜩 뽑았고, 큰 돈도 못 벌면서 회계 장부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연구개발비에 돈을 쏟아붓기도 해봤습니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그러다 2006년 위기가 닥치자 채권단을 쫓아다니며 워크아웃에 동의해 달라 읍소하는 신세가 됩니다. 잘 관리된 브랜드가 없으니 SK텔레콤이 대신 쌓아올렸던 ‘스카이’라는 브랜드를 2005년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 회사를 팔아놓고서 또 ‘W’라는 자체 휴대전화 브랜드를 만들어 팬택의 경쟁사가 됩니다. 그렇다고 불만도 얘기 못 합니다. SK텔레콤은 팬택의 주요 고객이니까요. (여러분들께서 지적해주셨듯, W는 그런 의미의 회사가 아닙니다. 제 실수입니다. W는 결과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했죠.)

그래서 팬택에는 ‘마사이상’과 ‘펭귄상’이란 게 있습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올려 비를 내리게 하고 마는’ 마사이족처럼 끈기있게 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직원에게 마사이상을 주고, ‘먼저 죽을지 몰라도 천적(바다표범 등)이 기다리는 물 속으로 먼저 뛰어들어 다른 펭귄 무리가 뛰어들도록 유도하는’ 용감한 펭귄처럼 앞서 도전하는 직원에게 펭귄상을 준다는 겁니다. 끝내주는 디자이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끝내주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될 때까지 열심히’ 하고, ‘목숨 걸고 먼저’ 해보는 것이 이 회사의 전략 아닌 전략입니다. “대기업이 하면 우리도 한다. 틈새를 보는 능력을 키우고, 의미있는 점유율을 뺏기지 않고 유지한다”는 식이죠. 수세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쉽게 돌을 던지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HTC 생각이 났습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에 올인해서 성공을 거둡니다. 자신들이 시대를 읽고 미래를 준비하는 회사라는 인식을 줘서 브랜드 가치도 높였고, 시장을 미리 읽고 과감하게 베팅해 전략적인 위치 선정을 잘 해냅니다. 박 부회장에게 HTC에 대해 질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HTC에 대해 “존경스러운 회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단서가 있었습니다. “1000만 대 생산이란 벽을 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죠. 그는 “5년 전 팬택도 HTC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팬택도 그 정도 수준까지 규모를 키워나갈 땐 별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였죠. 물건도 잘 팔리고 공급망 관리도 잘 됐고 재고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승승장구, 미국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그 규모가 넘어가자 당장 관리가 어려워졌습니다. 변화에 임기응변식으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비대해지면서 둔탁하게 움직였던 것이죠. 여기에 약간의 위기가 오자 모든 게 변했습니다. 팬택의 시장은 내수와 미국으로 양분돼 있었는데, 미국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을 강조하면서 거래선에 변화가 생기고, 휴대전화 시장 성숙으로 시장도 포화되면서 출혈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절반의 시장이 흔들리자 회사가 흔들렸던 겁니다.

HTC도 존경스러운 회사지만 사실 값싸고 기능 많은 팬택의 5년 전 풀컬러폰과 HTC가 만들어내는 값싸고 기능 많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또 HTC의 제품 판매도 미국 시장에 올인해 있고, 미국을 제외하면 대만 정도가 의미있는 판매의 전부입니다. 연간 1000만 대 이상 생산해 본 경험도 올해가 처음일 겁니다. 시장이 편향돼 있으면 외부 충격에 취약한데 마침 올해는 스마트폰 시장에 화웨이나 ZTE같은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저가 경쟁을 벌이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 부회장은 “우리의 5년 전 모습 같아서 그들이 성공하면 그 노하우를 꼭 배울 것이고, 그들이 실패하면 교훈을 얻거나 혹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겠다”고 말하더군요. 전에 피터 초우 HTC CEO를 인터뷰했던 적이 있는데 박 부회장과 하는 얘기도 비슷했습니다. HTC의 성공 비결은 뭐냐고 묻자 그는 “통신사의 요구에 잘 응하고, 좋은 파트너십을 갖는다. 시장 환경에 맞는 제품을 발 빠르게 개발한다”고 했습니다. 비슷하죠. HTC에겐 다른 장점도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 MBA 출신의 최고경영진이 실리콘 밸리의 실세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이죠. 실제로 안드로이드 개발을 총괄하는 구글의 앤디 루빈 부사장이 초우 사장과 친구 사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넥서스S’는 HTC가 아닌 삼성이 만들었습니다. 시장이란 건 그런 것이죠.

제조업은 인터넷 벤처와는 다릅니다. 공장을 돌려야 하고, 재고를 관리해야 하며, 영업과 유통망 관리에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야만 하는 사업이고, 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 자체가 최선의 과제입니다.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요. 박 부회장은 “실패할 여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또 실패하면 5년 전 한 번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말처럼 정말로 한강에 뛰어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HTC는 어떨까요.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에릭슨 같은 회사는 허당이 아닙니다. 1년 정도는 방황할 수 있어도 금세 치고 올라올 능력이 있죠. 갤럭시 시리즈로 이미 새 흐름을 탄 삼성전자는 물론 옵티머스 시리즈가 조금씩 개선되는 LG전자라거나, 엑스페리아 시리즈로 좋은 평가를 받는 소니에릭슨은 HTC보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있습니다. HTC의 선택은 가격 아니면 더 좋은 브랜드입니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려면 중국 업체와 경쟁해야 하고, 브랜드로 경쟁하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투자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런 기업들이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더 많은 기업들을 등장시켜 더 큰 경쟁과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양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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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2.7.30.
결국 HTC는 덫에 빠졌습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함께 프리미엄 시장을 독식해 버렸고, 브랜드가 있는 강자였던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LG전자 등등이 저가 공세에 나섰습니다. ZTE나 화웨이는 100달러 대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습니다.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남은 자원을 덤핑하듯 쏟아붓는 대기업들의 물량 공세 속에서 HTC는 어디로 가야 할 지 갈피를 못 잡은 느낌입니다. 페이스북폰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자 페이스북이 소문을 부인하고, 구글과 새 태블릿을 만들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에이수스가 구글을 잡았습니다. 소니에릭슨을 시작으로 LG전자와 모토로라, 막판에는 노키아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손을 뗀 다음에야 HTC에게 살 길이 열릴 수 있으려나요. 망한 뒤 3년은 가보려고 버티는 부자집들 탓에 고생이 심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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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4.7.16.

한 번 쓴 글에 이렇게 몇 년에 걸쳐서 업데이트를 하는 것도 드문 일이 됐네요. 팬택이 이번에는 회생하지 못하고 결국 어려움에 빠질 것 같습니다. HTC도 이제 완전히 존재감이 사라졌죠. 지금 팬택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휴대기기 시장이, 그것도 팬택이 빠르게 뛰어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열려서 숨통을 틔워주는 길 외에는 없어 보입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무진장 팔리기 시작한다면 가능하려나요. 통신사도, 채권단도, 정부도 그저 팬택의 마지막 앞에서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드웨어 시장이라는 게 이렇게 한 번 큰 유행의 물결이 지나가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황량한 폐허 같은 곳이군요. 마치 부동산 버블이 꺼진 주택시장 비슷한 느낌입니다.

아이폰을 낡은 기계로 보이게 만든 HTC 디자이어

넥서스원을 기억하시나요? 올해 초 구글이 직접 기획해서 만든 첫 ‘구글폰’ 얘기입니다.그 넥서스원을 만든 회사가 대만의 HTC라는 휴대전화 제조업체입니다. HTC는 한국에선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이미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4위(노키아-RIM-애플-HTC)로
성장한 꽤 큰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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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가 오늘(6일) ‘디자이어’라는 새 스마트폰을 공개했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 디자이어를 본 건 지난달 말입니다. HTC 직원 분께서 테스트용으로 사용하시던
기계를 봤는데, 그 때 이미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기대 이상이었거든요. 사실 올해
초 구글의 넥서스원이 나왔을 때 국내에도 그 기계를 산 분들이 계셔서 넥서스원을
본 적이 있고, 2월에 나온 모토로라의 ‘모토로이’는 직접 며칠 동안 이렇게
저렇게 사용해 보기도 했던 데다 갤럭시A도 미리 써본 터라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기대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CPU를 사용한 제품이라고 해도
아이폰과 비교하면 여전히 반응이 한 박자 느렸고, 안드로이드가 자랑하는 ‘멀티태스킹’
기능은 쓰면 쓸수록 수많은 오류와 속도 저하를 가져오는 불편한 기능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잘 써보자고 일부러 ‘작업관리자’를 열고 실행중인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면 이만저만 귀찮은 게 아니니까요.

 

디자이어는 이런 모든 불편을 단숨에 해결하는 기계 같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렸는지 넥서스원과 똑같은 기계인데, 반응속도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아이폰과 나란히 놓고 봐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갤럭시A보다도 빠릅니다. 그런데 디자이어는 아이폰보다
해상도가 더 높습니다. 해상도가 높으면 그래픽 처리 속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AMOLED 화면은 따로 볼 땐 잘 모르겠는데 일반
LCD와 함께 놓고 보면 선명도와 생생함이 확 눈에 들어옵니다. 제 아이폰 화면이
마치 물빠진 낡은 옷처럼 보이더군요. 하드웨어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고민해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C는 센스(Sense)라는 자체 사용자환경(UI)을 갖고 있습니다. 써보기 전엔 몰랐는데,
막상 써보니 뭐가 장점인지 확 느껴집니다. 우선 안드로이드폰이 이렇게 화려한
것이로구나 싶은 생각이 들도록 디자인이 미려합니다. 위젯들은 안드로이드 기본
프로그램의 답답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기능을 갖췄습니다. 3.7인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일정관리 위젯이나, 구글 주소록의 그룹별 주소를 따로 즐겨찾기로 설정할
수 있는 ‘연락처’ 기능은 아이폰에도 좀 훔쳐오고 싶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로그인하면 해당 계정의 친구들을 전화번호부 상의 주소와 링크할 수 있어서
사람만 고르면 SMS든 트위터 DM이든 e메일이든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디테일도
뛰어났는데,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찾아서 날씨가 해당 지역 날씨로
나옵니다. 불편하게 설정할 필요가 없지요. 전화벨이 울릴 때 전화기를 집어들면
자동으로 벨소리가 줄어들어 좀 덜 시끄럽게 배려를 해줬고, 연락처 화면에서 ‘검색’
버튼을 누르면 주소가 검색되고 지도 화면에서 ‘검색’ 버튼을 누르면 장소가 검색되며
인터넷 서핑을 하다 단어를 선택하면 해당 단어의 사전적 의미, 번역된 뜻, 구글에서
검색하기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불필요한 동작을 한 번 더 하는 걸
막기 위해서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죠.

 

전에 아이폰 OS4 키노트를 보고 난 뒤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어떻게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포스팅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전 그런 ‘어떻게’에
대한 답을 극한까지 추구하는 게 애플이란 회사의 독특한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핵심경쟁력이라고 봤고요. 그런데 디자이어를 보니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는
모양입니다. 대만 기업들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쉽게 세계 1위 기업들의 장점을
따라합니다. 에이서가 델을 제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고, HTC가 애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용자환경을 만들어내는 것도 비슷하죠. 아주 독창적인 것으로
보였던 경쟁력이 대만 기업의 스코프에 잡히는 순간 일상화되는(commoditized)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이날 이 회사가 같이 발표한 HD2를 보면 더 황당합니다.
분명히 윈도모바일폰인데, 그 오류 많고 느려터진데다 쓰기 싫게 만드는 OS가 센스
UI를 덮어쓰더니 뭔가 그럴싸한 스마트폰으로 변신해 있는 겁니다. 반응속도가 빠른
건 물론이고 심지어 멀티터치도 부드럽게 됩니다. ^^;

 

물론 100% 뛰어난 건 아닙니다. 단점도 많죠. 무엇보다 안드로이드가 원래 그렇듯,
아직 쓸만한 프로그램이 적습니다. 오죽하면 HTC가 위젯을 수없이 만들어서 주요
기능을 커버하려 들까요. 그런데 사실은 이런 건 그냥 소프트웨어 업체에게 맡겨두는
게 더 낫습니다. HTC가 아무리 자체 트위터 클라이언트를 만들어도 막상 써봤더니
트위터가 직접 제작한 안드로이드용 트위터앱이 더 낫더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위젯이
점점 새 앱과 중복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버전업도 느립니다. 센스
UI를 안드로이드에 맞춰 최적화시켜야 하다보니 새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오고 최소
3개월은 지나야 이를 적용한 스마트폰이 나옵니다. 문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버전업을
워낙 빨리 하고 있어서 이걸 따라잡는 게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이죠. 2.2 버전이
나왔는데 시장에서 2.1 버전을 사야 한다면 소비자들이 과연 ‘센스 UI니까’라면서
이해해 줄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기계적인 문제도 없지 않습니다. 500만 화소 카메라는 얼굴 인식 후 자동 초점도
지원해줘서 좋기는 한데, 셔터랙이 심하더군요. 아이폰의 300만 화소 카메라는 화질이
썩 좋은 것도 아니고 줌이 되거나 초점이 잘 맞는 것도 아니지만 ‘폰카’ 치고는 셔터랙이
거의 없는 축에 듭니다. 셔터를 누르면 그 순간 사진이 찍히죠. 스냅사진 용도로
사용되는 폰카에서 셔터를 누른 뒤 0.5초 뒤의 장면이 촬영되는 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배터리도 착탈식이라 갈아 끼우면 된다고는 하지만 썩 맘에 드는 성능은 아닙니다.
아이폰만큼은 버텨준다고 하는데, 안드로이드의 멀티태스킹이 양날의 칼인지라 CPU
파워도 더 많이 사용하고, 자연스레 배터리도 더 많이 씁니다. 그런데 충전회로 설계의
문제인지, 충전 속도는 아이폰보다 더딥니다.

 

센스UI를 칭찬만 했지만, 사실 좀 문제도 있습니다. 우선 한글화가 영 어설픕니다.
번역을 직역을 하다보니 단어 순서가 영어식으로 배열돼 한국어 문법과 맞지 않는
경우도 나오고, 그냥 영어로만 봐야 하는 메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센스 UI가 자랑하는
통합주소록의 통합 프로그램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플리커 등입니다. 물론 미투데이나
네이트온, 싸이월드를 쓸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일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디자이어는 아주 좋은 스마트폰입니다. 게다가 저처럼
구글을 이용해서 일정과 주소록, 메일과 문서작업 등을 대부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이폰보다 훨씬 더 쓸만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멜론과 안드로이드폰은 아주 잘
연동되기 때문에 음악을 듣기도 좋죠. 하지만 아이튠즈의 노예가 된 애플의 노예들에겐
안드로이드폰은 그저 신포도일 뿐입니다.